![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원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41250/art_17342564573498_5f21ea.jpg)
[FETV=권지현 기자]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원·달러 환율에 미칠 파장에도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美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韓 대통령 탄핵안 가결' 모습이 8년 만에 정확히 재현되면서 당시와 같고도 다른 정치·경제적 상황을 주시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앞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돼 변동성이 증폭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가결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완화로 해석되며 시장 안정성을 높일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지난 2016년 탄핵 정국보다도 못한 경제상황 및 대외여건은 향후 원화값의 변수다.
◇2016년엔 '달러당 1200원' 급등...미 금리인상 영향도
8년 전 탄핵 국면에서 환율은 국정 공백 장기화 우려에 국회 탄핵안 가결 후 변동성이 확대됐다. 당시 서울환시 전문가들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탄핵안 가결로 인해 실제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 가시화되자 6개월가량 국가 리더십이 붕괴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 탄핵이 경제에 미칠 시계 범위가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 통과(2016년 12월 9일) 후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상승했다. 탄핵소추안 통과 후에도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가 이어지면서 정치 불안이 국내 경제에 안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점이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원화에 큰 영향을 주는 위안화 가치가 우하향을 그린 점도 원화값 약세를 이끌었다. 급기야 2016년 12월 23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203원을 기록, 2016년 3월 10일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변동성 외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달러화 흐름 등에도 영향을 받았다. 특히 2016년 말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이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달러화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며 달러화 가치 상승에 힘을 실었다.
◇국내 불확실성 완화...1%대 성장 및 대외여건은 불안 요인
8년이 흐른 현재, 외환시장의 트럼프 영향은 일단 이전보다 제한적이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미 연준이 금리인하 사이클에 대한 신뢰도를 재확인하고, 트럼프 정책 기대와 불안심리를 제어한 영향이 컸다. 반면 탄핵 정국은 2016년때와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불러왔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후 지난 4~6일 1.1% 약세를 보이더니 9일에는 1.2% 하락폭을 더 키웠다. 이후 10~13일에는 0.3% 강세로 다시 돌아서는 등 출렁였다. 지난 14일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1435.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장은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인해 향후 정치 프로세스와 관련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연말 1410~1420원 수준을 보이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헌법재판소 심판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과거 사례보다 쟁점이 단순한 데다 늦어도 6개월 이내 헌재 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탄핵절차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는 진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의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후 외환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특히 국내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016년 탄핵 정국보다 성장 동력이 낮아진 점은 원화값에 부담이다. 한국은행은 11월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로 1.9% 초저성장을 전망했다. 대외여건도 좋지 않다. 2016~17년에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및 내수 회복을 기반으로 대체로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한 반면, 이번에는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15일 "이번과 과거 탄핵 시기 모두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약화됐다"면서 "이번 사태의 경우 경기 여건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전 사례와 마찬가지로 경제정책이 정치상황과 분리돼 추진되고 경제시스템이 여야정 합의로 운영 된다는 신뢰가 유지될 경우 그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