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9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세 분기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가 증가한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0일 한국은행 ‘2024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5135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227억달러 증가했다. 이 중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는 이차전지 기업을 중심으로 302억달러 늘었고, 해외 증권투자는 646억달러 증가해 총 9천969억달러로 집계되며 1조달러에 육박했다.

해외 증권투자의 경우 지분증권이 미국 증시 호조와 지속적인 투자 확대로 466억달러 증가했으며, 부채성 증권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채권 투자 확대 효과로 179억달러 늘었다.

박성곤 한국은행 국외투자통계팀장은 "해외 주식과 채권 매수 확대와 보유 증권 평가액 상승이 순대외금융자산 증가를 이끌었다"며 "거래 요인과 가격 변동, 환율 등 비거래 요인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3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부채는 1조5357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11억달러 감소했다. 외국인의 국내 지분증권 투자가 533억달러 급감한 영향이 컸다. 반면, 외국인의 부채성 증권 투자 확대(+266억달러)와 지분투자(+140억달러)는 증가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 - 대외금융부채)은 9천778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1천194억달러 늘며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3분기 대외채무는 7천27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444억달러 증가했다. 단기외채는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 증가로 168억달러 늘었고, 장기외채는 정부 발행 부채성 증권 증가로 276억달러 증가했다.

대외채권은 1조807억달러로 410억달러 늘었으나, 순대외채권은 3천780억달러로 34억달러 감소했다.

단기외채 비율은 2분기 34.4%에서 3분기 37.8%로 상승했으며, 단기외채 비중도 21.6%에서 22.6%로 높아졌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단기외채 증가가 외국인의 국내 투자 확대에 따른 결과로, 외환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하며 대외 건전성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해외 증권투자의 변동성은 여전히 크지만, 현재 대외채권과 외채 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국내외 경제 및 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단기외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이 안정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향후 외환시장 및 글로벌 경제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