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730/art_17216099993383_0cc8c1.jpg)
[FETV=박지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가(家)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신 전무는 최근 한·일 양국 지주사 임원을 맡는 것은 물론 국내·외 공개 행사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며 후계자 위치를 공고히 했다. 재계에서는 경영 전면에 나서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신 전무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올해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었다. 이날 회의는 신 회장과 신 전무는 물론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총괄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느 때보다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상·하반기로 나눠 매년 1월과 7월이 되면 롯데 핵심 임원진을 한자리에 모아 VCM을 열고 그룹 경영 방침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다.
신 전무는 이날 VCM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2시 40분쯤 호텔 1층 정문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신 전무가 정문을 통해 입장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미래 먹거리 사업 현황은 어떤가 등 자신을 향한 취재진 질문에 조용히 미소만 띤 채 곧장 회의장으로 향했다. 이는 부친인 신동빈 회장이 호텔 내부 통로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회의장으로 이동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이날 대부분의 임원진은 롯데호텔월드 정문 또는 후문을 통해 입장했다. 내부 통로나 지하 연결 통로 등을 이용해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대표들도 있었다. 이전까지는 롯데지주 사무실이 자리한 롯데월드타워에서 회의가 열려 취재진과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재계에서는 신 전무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전무는 이날 회의에서 별도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무는 지난 1월 열린 VCM부터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자격으로 공식 참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상·하반기 VCM에 참석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적을 두고 있어 실질적인 참석 대상자는 아니었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맡았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장례식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보였다. 이후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던 신 전무는 지난 2022년 8월 신 회장과 함께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에 동행하면서 재계에서는 그의 경영 수업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베트남은 중국 이후 롯데의 새로운 핵심 거점지로 꼽힌다. 베트남 출장 당시 신 회장은 응우옌 쑤언 푹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 등 현지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신 전무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 전무는 부친인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신 회장과 조부인 신 명예회장을 따라 현장을 중심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엔 세븐일레븐 K리그 팝업스토어(임시매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또 이달 초엔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착공식에도 참석했다.
신 회장 없이 혼자서 모습을 드러내며 글로벌 광폭 행보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를 찾아 계열사들의 첨단 기술을 살폈고, 지난달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롯데호텔앤리조트의 L7 시카고 바이 롯데 개관 행사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를 찾았다. 신 전무의 공개 행보 속 공통점은 그룹 미래성장동력 부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 전무의 영향력은 올해 들어 더욱 커졌다. 신 전무는 지난달 26일 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 지주회사다. 그보다 앞선 지난 2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한국 롯데 계열사 중에선 처음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과 일본 지주사 모두에서 임원직을 맡게 됐다. 이달 초에는 롯데지주 주식 7000여 주(지분 0.01%)를 확보하면서 주주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 전무가 롯데 계열사 주식을 매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로써 신 전무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0.01%가 됐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재계 순위 6위를 유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자산 총액은 129조 8290억 원으로 전년(129조 6570억 원)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6위에 머물렀다. 신 전무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신 회장은 하반기 VCM에서 “미래를 위해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선도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지속가능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실행력 발휘를 당부했다. 신 회장은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지속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고객과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AI)을 적극 검토하고 관련된 본원적 전략 과제의 신속한 추진도 요청했다. 그는 “CEO들은 회사 경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