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KT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최종 5팀 승선에 실패했다. 자체적인 모델 개발 역량을 중점에 뒀지만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는 전략을 채택한 점과 함께 타 통신사 대비 AI 서비스의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게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독자적인 개발력이 핵심 평가 요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20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 공모를 시작했다.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 AI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구현하고,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민간 분야로 확산하는 것이다. 이때 지원팀들은 국민의 AI 접근성을 높이고 산업·사회 전반의 AI 전환을 촉진할 방안도 함께 제시할 것을 명시했다.
평가 항목은 ▲기술력과 개발 경험(40점) ▲개발 목표의 타당성(15점) ▲개발 전략·기술 우수성(15점) ▲생태계 파급력과 기여 계획(30점)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세부적으로는 대규모 AI 모델을 직접 설계·학습·검증할 수 있는 역량, 핵심 특허와 오픈소스 보유 여부, 관련 인력·조직의 전문성, 데이터·GPU 자원 활용 방안, 생태계 확산 전략 등이 포함됐다.
특히 업계에서는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아키텍처 설계, 학습, 검증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방식 개발 능력을 갖춘 팀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7월 20일 1차 심사에서 10개 후보팀에는 들었지만 8월 5일 발표된 최종 5개 정예팀 명단에 드는 것은 실패했다.
◇ 김영섭 대표 취임 후 AI 전략 전환…MS와 전면 협력
이전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는 'AI 원팀'을 강조하며 초거대 AI 상용화, AI 인프라 혁신,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3대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초거대 AI '믿음(MIDEUM)'의 상용화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KT의 AI 전략은 초기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LLM) ‘믿음(MIDEUM)’ 중심에서 글로벌 기술 협력 강화로 방향이 이동했다. 2024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5년간 2조4000억원 투자, 4조6000억원 매출 목표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대규모 LLM 개발은 MS 기술을 활용하고 자체 모델은 소형·특화형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한국어 특화 AI 모델 공동 개발,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KT SPC)’ 상용화, 산업별 맞춤형 AI 에이전트와 코파일럿 도입, AI·클라우드 전문 조직 ‘AXD’ 운영, 이노베이션 센터 설립, 전국 단위 AI 교육 확대 등 구체적 사업을 추진했다. KT는 MS 외에도 팔란티어, 데이터브릭스와의 협력을 통해 빅데이터 분석과 AI 플랫폼 역량을 보강하며 향후에도 글로벌 파트너와 공동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라 밝혔다.
KT의 이처럼 대규모 LLM을 독자 개발하기보다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사업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KT의 외부 협력 중심 행보는 전 과정에서의 자체적인 개발력을 기준으로 제시한 정부의 방향과 결이 달랐기에 최종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 B2C 서비스 부재, 정부의 AI 대중화 목표 기준과 괴리감
KT의 ‘믿음’ 모델은 주로 공공·금융·제조·헬스케어 등 B2B 분야에 집중됐다. AI 고객센터(AICC), 지니TV, AI 전화, 100번 콜센터 등에 적용됐으며, 질의응답·요약·생성·변환·분류 등의 기능을 지원했다. ‘믿음 스튜디오(Mi:dm Studio)’를 통해 기업 고객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AI 모델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고 지능형 악성 메일 실시간 차단, 교권 보호 서비스 ‘랑톡’의 AI 통화 리포트, 소상공인용 AI 전화, 매장 운영 앱 ‘사장이지’의 AI 응답 서비스, 콜센터 상담 요약·답변 추천 솔루션 등도 주요 활용 사례였다.
반면 SK텔레콤은 B2B 시장 공략과 함께 ‘에이닷(A.)’을 중심으로 B2C AI 시장도 적극 공략했다. 장기기억·멀티모달 기능을 적용해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학습하고, 날씨·뉴스·교통·환율 등 생활 정보부터 통화 요약·할 일 제안·스팸 차단·통역콜 등 통신 기능, 일정·메모 관리, 음악 추천, 주식 정보까지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기능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에이닷’은 가입자 890만명을 확보했다.
또한 북미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형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 출시도 병행하며 글로벌 공략도 진행했다. 에스터는 일정 관리와 계획 구성, 맞춤형 제안, 리마인드 기능 등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KT는 자체 AI 모델을 보유하고도 B2B 서비스에만 집중해 대국민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다. AI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 국민 일상에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정부 입장에서는 B2C 서비스 역량도 중요한 평가 요소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다른 통신사와 달리 대중형 서비스가 부재한 KT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