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이 1월 장을 마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있다. [사진 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205/art_1706745871765_191c87.jpg)
[FETV=권지현 기자] #입사 3년차 사회초년생 정모씨(30)는 지난해 만기된 적금 300만원을 은행주에 투자했다. 연 4%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보다 연 7%에 달하는 배당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배당금을 기대하고 은행주에 투자한 정씨는 수익률이 벌써 10%를 돌파하자 두 배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만년 저평가' 은행주가 연초부터 비상했다. 호실적, 저평가된 주가, 분기 배당 매력이 더해지며 은행주가 새해 '미인주'로 등극했다.
새해 첫 달인 1월, 국내 7개 은행지주는 한 달 동안 평균 6.7% 상승했다. 하나금융지주가 2일 종가 4만2800원에서 31일 4만7800원으로 11.7%(5000원) 올라 가장 크게 뛰었다. 우리금융지주가 1만2840원에서 1만3880원으로 8.1%(1040원) 올라 뒤를 이었다. BNK금융지주는 7010원에서 7530원으로 7.4%(520원), DGB금융지주는 8410원에서 9010원으로 7.1%(600원) 올랐다. 같은 기간 KB금융 5.6%(5만3600원→5만6600), 신한지주 3.8%(3만9350원→4만850원), JB금융지주 3.3%(1만1070원→1만1440원) 등이었다.
특히 금융지주 7곳 가운데 우리·BNK·DGB금융 3곳이 지난 31일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은행권 부정적 이슈에서 타격이 제한적인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지주는 KB·신한·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 대비 상대적으로 비은행 자회사 비중이 낮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해외 부동산 자산 관련 리스크가 적은 데다, 최근 우려가 높아진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익스포저도 낮은 수준이다.
주요 금융지주사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연초 대비 5.5% 수익률을 기록했다.

탄탄한 실적과 저평가된 주가, 이전보다 확대된 주주환원 정책 등이 은행주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DGB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 6곳을 지난 한 달간 순매수했다.
먼저 2024년에도 경기둔화가 예상되지만 은행주는 불황기에도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점이 주가에 힘을 실어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국내 금융산업 보고서'에서 "은행업은 대출 성장이 둔화하겠으나 잔존하는 고금리 효과로 순이자마진(NIM)이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순이익이 소폭 증가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주의 평균 PBR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 0.34배에 그치고 있다. 장부가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기업가치의 34%만 주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융지주사 주가가 장부가 대비 평균 1.3배 평가받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평균 PBR(확정실적 기준)은 0.91배다.
이를 인지한 듯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예고를 하자, 금융주를 비롯한 이른바 '저PBR주'가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면 장기간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짙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기 위해 일본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정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할 계획이다. 주가가 저평가 된 이유를 따져 보고 어떻게 끌어올릴지 방안을 내놓으라는 얘기다.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과 금융지주 자체 주주환원정책 강화도 은행주 주가에 호재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달 11일 국내 7개 상장 은행지주에 지난해 발표한 자본배치와 주주환원 정책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그간 27% 수준이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비율)을 중기적으로 30%대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2023년도 연간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은 작년 배당성향을 28.4%로 발표, 전년(27.4%)대비 1.0%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현재 KB·신한·하나·우리·JB금융이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으며, BNK금융은 중간배당을 하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안정적 실적을 기반으로 은행주는 향후 지속적인 배당이 가능할 것"이라며 "일부 금융사의 경우 분기 배당에 따른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은행주의 배당수익률은 국고채 및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이 추정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