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심준보 기자] 미국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법(CHIPS Act)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에 대한 세부 규정이 발표되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의 향후 실적 및 주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동시에 중국 투자 제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된 미 정부의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관련 세부 규정에 따르면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 동안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을 5%까지 확장 가능하며, 구형 공정은 최대 10%까지 확장할 수 있다. 생산량 중 85% 이상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비될 경우, 10% 이상의 설비 투자와 공장 건설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술 공동 연구에는 제한을 받게 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이에 영향을 받은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의 발표 당일인 21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종가 6만300원이었으며 이후 3거래일 연속 올라 24일에는 6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3일간 약 2700원(4.48%)가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주가도 8만3600원에서 24일 8만7300원으로 3700원(4.4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1일 2388P에서 2415P로 27P 1.13% 상승했다.
국내 반도체 종목 중 대장주로 통하는 두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상승 흐름을 보인 것이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2일에만 각각 1400여억원, 기관은 7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규정은 예상했던 수준으로, 나쁘지 않다"며 “5% 이상 생산능력 확대가 불가하지만 미세 공정 전환을 통한 확대가 가능해 융통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 초과공급으로 인해 국내 업체가 중국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최악은 면한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라인 확장 여부부가 중요한데, 이에 허들을 만들어 놓았다”면서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 능력 확대가 가능하더라도 10년간 투자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원문을 보면 강한 어조로 생산량 규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생산능력 통제는 보조금에 대한 꼬리표 치고 대단히 값비싸다”고 말했다.
향후 주가에 대해서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 연구원은 “2분기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재고 부담이 과도해 V자 반등보다는 완만한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삼성전자 분기 실적은 2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부터는 고객사의 재고감소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축소 효과가 점차 반영되며 점진적인 수급 개선이 전망되고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도 1분기 실적발표 전후로 일단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