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채권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SK에코플랜트가 자금조달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업공개 전 볼트온 전략에 힘을 더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500억원 규모의 채권이 오는 3월 만기라는 점도 자금조달에 나선 이유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현금을 쌓아놓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앞으로 다가온 수요예측에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13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발행 규모는 1000억원 수준으로 만기물이나 연 이자율 등 자세한 일정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SK에코플랜트는 오는 15일 실시하는 수요예측에서 흥행될 경우 발행 규모를 1000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높일 가능성도 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SK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SK에코플랜트가 이번에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여 만이다. SK에코플랜트는 당시 2·3년물로 15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조달한 자금은 만기채권 상환 등에 사용했다. 지난해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었던 채권시장이 올 초부터 훈풍이 불면서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가 1년여 만에 다시 자금조달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업공개 전 기업가치 극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5월 SK건설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한 이후 환경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회사는 이후 볼트온 전략을 구사하며 친환경기업을 대거 사들였다. 2년 새 사용한 투자금은 3조원이 넘는다.
SK에코플랜트의 볼트온 전략이 2년새 계속되면서 친환경기업으로의 변신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환경플랫폼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사들인 이후 잇달아 폐기물처리기업을 추가 매입하면서 폐기물처리업계에서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료 페기물처리업체 디디에스와 전기·전자 폐기물기업인 테스(TES)를 매입하며 사업 영역도 확대했다. 또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를 사들이며 해상풍력 분야에서의 입지도 세웠다. SK오션플랜트는 해상풍력 부문중 하부구조물을 만드는 기업으로 국내·외에서의 명성이 자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월 예고된 만기채 상환에 사용할 가능성도 크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15년 3월 24일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00억원의 상환우선를 발행했다. 연 이자율은 2.2%다. SK에코플랜트는 2000억원 중 1500억원은 상환했다. 다만, 미지급 누적이자가 25억원에 달해 SK에코플랜트가 내달 갚아야 할 회사채 총액은 525억원이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해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525억원은 앞서 발행한 채권 상환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현금을 보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탓에 만일의 상황을 대비할 현금이 있어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통상 건설업계는 공사를 진행하고 그 진행 상황에 따라 기성금을 받는데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선 두둑한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8월 당시 6만8119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이에 건설사들은 당초 예정된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일부 건설사는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면서까지 시공권을 포기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신사업 투자와 회사채 상환 등에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