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공정한 거래와 상생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재로 협력업체 안전 관리를 비롯한 거래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FETV가 하도급법 공시를 통해 산업계 전반의 하도급 대금 결제 실태를 짚어봤다. |
[FETV=나연지 기자] LG그룹 상장사 7곳의 올해 상반기 하도급 대금 결제 분석 결과 전 계열사 모두 법정 기한인 60일 초과 결제 사례가 ‘0’으로 집계됐고, 현금성 결제 비율도 100%로 공시돼 준법 측면에선 흠잡을 데가 없었다. 현금결제율 단순 평균도 88.3% 높았지만 로보스타(22.19%)는 유독 낮은 현금결제율을 기록하며 평균을 끌어내렸다.
하도급 대금 지급 공시는 대기업이 협력사에 어떤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협력사의 자금 유동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선 현금결제비율은 현금 및 수표, 만기 10일 이하 상생결제와 어음대체결제수단(만기 1일 이하)으로 지급한 비중을 말한다.
현금성결제비율은 현금 및 수표와 60일 이하 상생결제와 60일 이하 어음대체결제수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로보스타를 제외하면 6개사는 현금결제율이 대부분 97~100% 구간이며, 단순 평균은 99%대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지급 속도와 방식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LG이노텍(10일 내 91.82%)과 LG생활건강(91.9%)이 최상위권이고, LG디스플레이(79.03%), LG에너지솔루션(74.0%)도 단기 결제 비중이 높다. LG생활건강은 현금결제율이 97.27%로 양호했고, 10일 내 지급률도 91.9%에 달했다.
이는 협력사가 납품 후 2주 안팎이면 대금을 회수한다는 뜻으로, 운전자금 부담과 외부 차입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ESG 평가에서 ‘공정거래·상생’이 비중 있게 반영되는 만큼 선진 결제 관행은 향후 신용·평판 측면에서도 플러스다. 반대로 LG헬로비전과 로보스타는 취약 구간이 드러난다.
LG헬로비전의 10일 내 지급률은 6.74%에 그쳤고, 15일 초과~30일 이하는 33.8%, 30일 초과~60일 이하는 17.29%로 한 달 이상 구간 비중이 높다. 현금결제율 자체는 99.01%로 양호하지만, 단기 지급 비중이 낮다는 점이 협력사 유동성에 부담이다. 로보스타는 구조가 더 나쁘다. 현금결제율 22.19%, 10일 내 20.50%, 30일 초과~60일 이하는 77.81%로 현금 비중이 낮고 30일 초과~60일 이하 구간에 집중돼 있다.
중소 로봇업 특성상 자체 현금흐름 제약과 프로젝트성 정산 관행이 겹치며 자금부담이 1차 협력사로 전가되는 구조다. 차이는 업종·규모에서 비롯된다. 대형 제조사는 글로벌 고객사, 공급망 규제(CSRD·CSDDD 등), 투자자 요구에 맞춰 단기·현금 결제를 표준화한다.
반면 서비스·중소 계열사는 프로젝트 승인 절차, 내부 결재 단계, 상생결제·지급 보증 수단 의존 등으로 결제가 지연되기 쉽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ESG 대응 역량 격차가 결제 관행으로 번역되고 있는 셈이다. 정책 리스크는 현재 작다. 이번 공시에선 60일 초과 결제가 전무해 공정위 제재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평균의 착시’를 걷어내면 메시지는 달라진다. 투자자와 ESG 평가사는 단순 준법보다 현금 비중과 현금 비중과 ‘10일 초과~15일 이하’ 지급률을 본다. 일부 취약 계열사를 방치하면 그룹 ESG 스코어 하방(공급망 신뢰, 협력사 재무건전성 지표)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60일 이내 지급은 기본 요건일 뿐이고, 협력사 입장에서는 10일 초과~15일 이하 내 현금 지급이 사실상 생존선”이라며 “LG그룹이 강조하는 상생 경영을 담보하려면 30일 초과~60일 이하 구간 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결제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