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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즉생 정즉사·동여탈토·비필충천...금융수장들 신년사 속 한자성어

 

[FETV=권지현 기자]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금융권 수장들이 내놓은 한자성어가 주목을 끈다. 

 

이들이 제시한 단어는 유래와 의미가 제각각이지만 큰 줄기는 하나, '위기 속 지치지 않는 도전'으로 집약된다. 미국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둔화, 저성장 속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 등 대내외적 악재를 혁신과 변화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실제 국내 금융기관들은 올해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우리 경제가 2.6% 성장했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긴축적인 통화·재정정책, 코로나 위기로부터의 경기 반등 모멘텀 약화 등으로 1.7%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같은 수치를 제시하며 "국내경제는 주요국 경기 동반 부진 등으로 잠재 수준을 밑도는 성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새해 내놓은 한자성어는 '변즉생 정즉사'(變卽生 停卽死)이다. '변화하고자 하면 살고, 안주하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으로, 기존 성어가 아니라 신한금융 직원들을 위해 조 회장이 직접 만든 말이다. 3연임을 포기하고 지난해 말 용퇴를 결정한 조 회장은 이 한자성어를 쓰며 "변화 없이는 성장도 없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경기침체의 파고가 드리우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철저한 리스크 관리, 도전과 혁신을 통해 도약의 기회로 삼자는 의미가 담겼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꼽은 한자성어는 '동여탈토'(動如脫兎)이다. '토끼가 위기에 닥쳤을 때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 위기를 벗어난다'는 의미로, 춘추전국 시대의 전략가 손무가 병사들의 임전태세에 대해 말하면서 인용한 어구다. 손무는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서 원정에 나섰을 때 관문을 봉쇄하고 적진 깊숙이 잠입했다가 결전의 날을 기다리며 움직이는 것을 토끼의 모습으로 비유했다. 내실 있는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움직여 어려운 경제 상황 속 기지를 발휘해가자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뜻의 '풍전등화'(風前燈火)를 이야기했다. 함 회장은 "앞서가는 경쟁자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 우리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이뤄 내고 있는 만큼,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업(業)의 영역이 확장될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비필충천'(飛必沖天)을 인용했다. '한 번 날면 반드시 하늘 높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손 회장은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탈(VC) 등 지난해 시장이 불안해 보류한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기에는 작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우리금융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를 언급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가 말한 고사로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의미다. 직원들에게 올 한해 각자에게 주어진 과업들을 하나하나 슬기롭게 수행해 나가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바른길과 큰 원칙대로 나아가면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공정한 세상이 온다'는 의미의 '정경대원'(正經大原)을,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변화에 한 발 앞서 대응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뜻의 '응변창신'(應變創新)을 꼽았다. 

 

이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이청득심'(以聽得心·겸손한 자세로 상대방을 경청할 때 마음을 얻을 수 있다)을,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극세척도'(克世拓道·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입립신고'(粒粒辛苦·낟알 하나하나가 모두 농부의 피땀이 어린 결정체로, 일을 이루기 위해 고심해 애쓴다)를 새 한자성어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