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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저성장에 다시 힘받는 금융사 재무통...미션은?

CFO 출신 CEO로 전진배치...'돈줄관리'에 방점

 

[FETV=권지현 기자] 금융권 '재무통'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올해 금융사 인사에서 재무최고책임자(CFO)가 최고경영자(CEO)를 꿰차는 사례가 부쩍 잦아졌다. 다만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 과거 이들 재무전문가들의 임무가 '수익창출'에 방점이 찍혔다면 지금은 녹록치 않은 경제 상황에 '돈줄관리'로 미션이 달라진 모습이다. 수익 '기회'를 찾는 것보다 지금보다 자금 상황이 나빠지지 않게 '관리'를 하는 게 더 중요해졌단 얘기다. CFO 출신으로서 금융사 수장이된 이들의 미션은 '수익성 방어', '자산건전성 제고', '유동성 확보'로 집약된다.

 

금융사 재무통의 전진배치에는 우울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은행산업 환경 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은행의 2023년 대출증가율은 올해보다 둔화한 4%대로 전망한다"며 "실물경기 둔화와 대출금리의 급격한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자산건전성 약화와 대손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비은행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구원은 '보험·비은행 산업 환경변화와 전망'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소비여력 위축 등으로 내년 생명·손해보험 모두 성장성이 둔화되고 수익성도 정체·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이승열 하나생명 사장을 낙점했다. 1963년생인 이 사장은 한국외환은행에 입행해 지주와 하나은행에서 CFO를 지낸 재무전문가다. 이후 하나은행 비상임이사, 지주 인사총괄 등을 거쳤다.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 사장을 차기 행장으로 선정하며 "최근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CEO로서 중요한 자질인 전략적 방향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사장은 보험사 CEO에 오른 지 1년 만에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은행 CEO가 된, 금융권 보기 드문 이력을 갖게 됐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이환주 KB생명보험 대표를 'KB라이프생명보험'의 초대 대표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KB라이프생명보험은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법인으로, 내년 1월 1일 출범한다. 이 대표는 지주 CFO 부사장과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 부행장, 개인고객그룹 대표 전무·상무와 외환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며 다양한 업무 역량을 쌓아왔다. 지주와 은행의 핵심 사업에서 경험을 다진 만큼 향후 리스크 관리에도 능할 것이란 평가다.

 

특히 이번 인사는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사장이 KB라이프생명보험 초기 사장직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있었기에 주목할 만하다. 실제 푸르덴셜생명은 덩치는 물론 수익성에서 KB생명을 압도한다. 올 3분기 말 푸르덴셜생명은 누적 당기순이익 2077억원을 거둔 반면 KB생명은 519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푸르덴셜생명 총자산 규모는 2조5082억원으로 KB생명(1조18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민 사장이 CFO와는 큰 관련이 없는 보험 전문경영인임을 감안, KB금융이 재무통에게 지주 생명보험사의 미래를 맡겼다는 분석이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 사장을 통합 생보사 사장으로 선정하면서 현 상황을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복합적 위기 상황"이라 진단했다. 보험 시장환경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CFO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KB금융은 손해보험사인 KB손해보험의 경우에도 재무 전문가에게 회사를 맡겼다. 지난 15일, 지주에서 재무총괄 전무·부사장을 지낸 김기환 사장의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KB금융 재무통인 김 사장은 작년 1월 KB손보 사장으로 취임, 보험업의 불확실성에 속에서도 순익 확대와 자산건전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방은행 중에선 광주은행이 CFO 겸 자금시장본부장을 맡고 있는 고병일 부행장을 차기 행장직에 선임했다. 고 부행장은 1991년 광주은행에 입행, 지점장과 개인영업전략부장, 종합기획부장 등을 지냈다. 32년 광주은행 토박이, 재무 전략가로 내부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내년 1월 1일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금융권 CFO의 약진은 올 초부터 엿보였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CFO를 지낸 인사를 신임 행장으로 맞았다. 이재근 행장은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 재부총괄 상무를 거쳐 은행 경영기획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 행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현재 은행 안팎의 경영 환경을 "어렵게 살려온 경제 회복의 불씨가 다시 위협받는 상황"이라 진단, 경영 능력으로 난관을 돌파해 나갈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

 

비슷한 시기 취임한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도 모두 CFO 출신 CEO들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CFO를 지낸 인사들이 CEO에 오르는 사례가 잦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며 "고금리, 저성장으로 인해 내년 경기 성장이 어둡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수익 창출보다 리스크 방어, 건전성 제고 등에 좀 더 집중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