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은 기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기술을 활용한 고객 경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올해 1월 신년사)
"금융업은 경계 없는 경연장이 되었습니다...새로운 관점의 폭 넓은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지난 9월 그룹 창립기념식)
은행들이 '디지털 세대'를 붙잡기 위해 저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리딩뱅크'를 두고 경쟁하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국민은행이 '금융'과 메타버스와의 연결을 통해 관련 서비스의 경험 폭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신한은행은 '비금융'으로 보폭을 넓혀 업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전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메타버스 사업을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은행이 한국MS와 손잡은 사례가 거의 전무한 데다 MS가 메타버스 관련 기기, 소프트웨어에 있어 글로벌 초강자라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은행과 한국MS는 구체적으로 증강현실(AR) 분야 공동과제 발굴·실행, AR과 혼합현실(MR)을 활용한 금융 콘텐츠 개발, 금융과 메타버스(AR·MR)의 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손잡는다. 크게 세 부문에서 협력할 예정이지만 결론은 하나, '금융 경험 확대'로 모아진다.
실제 국민은행은 그간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금융 실험을 해왔다. 지난 7월 메타버스 플랫폼에 ‘KB 광야점’을 출점, 국민은행 고객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각자의 아바타들이 가상공간에서 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검증했으며, 가상현실(VR)기기를 활용해 VR영업점도 오픈했다.
윤진수 국민은행 테크그룹 대표는 "앞으로 여러 형태의 메타버스가 등장할 것이고 그곳에 참여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금융 활동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선제적으로 메타버스 뱅킹 서비스 모델을 실험하면서 필요한 기술 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강조했듯 메타버스 플랫폼을 고객 경험 개선의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은행이 한국MS와의 협력을 발표한 날,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Shinamon)의 탄생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신한은행은 오는 30일 공식적으로 시나몬의 문을 연다.
신한은행은 국민은행보다 비금융 연계 서비스에 방점을 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나몬은 금융과 비금융 영역을 확장·연결해 만든 가상 공간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구별되는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전략은 앞서 진행한 베타서비스에서도 드러난다. 신한은행은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걸쳐 베타서비스를 실시했다.
특히 2차 베타서비스에선 비금융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대폭 강화했다. GS리테일과 편의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 종근당건강과 함께 만든 '헬스케어 Zone', 미술품 거래 플랫폼 서울옥션블루의 서비스를 연결한 '아트 Zone', KBO와 연계한 그라운드 배틀 미니게임 '야구장' 등을 구축, 은행 속 또 다른 재미를 통해 젊은 세대의 유입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금융업을 '경계 없는 경연장'으로 정의, 계열사에 서비스 영역에 한계를 두지 말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메타버스 붐이 일어 은행들이 각자 '발 담그기'에 나섰지만 이는 수익을 위해서라기 보다 메타버스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는 목적이 컸다"면서 "시간도 흐른 만큼 중장기적으로 수익 실현을 염두에 둔 대형 은행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플랫폼을 알리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