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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우영우'는 없다...4대 금융 '장애인 고용' 살펴보니

작년 장애인 평균 고용률 0.88%...사상 최대 실적에도 수년째 기준 미달
ESG경영 경쟁 무색...장애인 고용 확대로 다양성 존중 기업문화 만들어야

 

[FETV=권지현 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대형 금융그룹들이 장애인 고용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외치면서도 사회적 책임의 핵심인 '고용 다양성'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장애인 평균 고용률 0.88%를 기록했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가 정한 비중(3.1%)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장애인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 1항에 따르면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그 근로자 총수의 100분의 5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의무고용률) 이상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에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은 2019년부터 금융그룹과 같은 민간기업의 경우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채워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금융그룹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금융그룹별로는 지난해 KB금융그룹이 전 임직원 2만7875명 중 장애인 직원 331명을 기록, 고용률 1.19%를 나타냈으며, 우리금융그룹이 1만8241명 중 156명으로 0.86%를 기록했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각각 0.79%, 0.69%로 뒤를 이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2020년 고용률보다 오히려 줄었으며, KB금융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작년 12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 장애인 고용률이 1.79%임을 감안하면 이들 대형 금융그룹은 그 절반 수준에 그친 셈이다.

 

 

평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장애인 고용률은 4대 금융이 지난해 거둔 역대급 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대규모 이익 달성에 비해 고용 다양성을 통한 사회적 환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작년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사상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4조원을 돌파했으며, 4대 금융의 평균 순익은 역대 최고치인 3.6조원에 달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업의 특성상 대고객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률 자체가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통상 금융사의 장애인 고용은 업무 특성상 중증 이상의 장애인을 채용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장애 등급을 가진 장애인을 채용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를 지닌 직원이 보청기 등을 활용해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근무하거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를 지닌 본사 직원이 영업점으로 업무 지원을 나가는 경우 등이다. 장애인 직원 본인이 원한다면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순환보직 대신 본부 업무, IT 등 특수 업무를 일정 기간 맡기는 사례도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장애인고용공단과 협약을 맺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형태의 고용을 활발하게 늘리기도 한다. 4대 금융그룹에 속하지 않는 해당 은행 직원은 이런 노력을 기울인 결과 중증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업무가 연결된 사례를 전했다. 금융그룹들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장애인 채용을 늘리는데 적극 임하는 대신 수년째 '돈'으로 때우고 있다. '고용부담금'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는 기업에 부과하는 것으로, 고용률에 따라 1인당 매월 수백만원이 책정된다. 일종의 벌칙인 셈이다. 4대 금융의 경우 '의무고용인원의 1/4~1/2에 미달하는 경우'로서 인당 137만8800원이 매월 부과된다. 한 금융그룹 당 평균 500명가량을 채우지 못했으니 약 7억원의 범칙금을 매달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A금융그룹 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장애를 가진 직원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낮은 등급의 장애를 지닌 고객만 보더라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다른 직군에 고용돼 있었는데, 은행에서는 어쩐지 장애인 직원을 마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B금융그룹 은행 관계자는 "장애인 직원을 영업점에서 본 적은 없지만 본사에서 지점 영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파견 나온 직원을 본 적이 있다"면서 "지원률 자체가 낮은 점도 영향이 있겠지만, 이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보다 부담금 금액이 적은 점도 금융그룹들이 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요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연일 ESG 경영을 외치는 금융그룹들인 만큼 실질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맞닿을 수 있는 고용 다양성을 위해 적극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일자리 창출'에 있어 소극적인 금융그룹들이 펼치는 ESG는 '안은 돌보지 않고 밖으로 맴돈다'는 인식에 그 자체로는 고객과 소비자의 응원을 받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정혜영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기업지원부장은 "최근 K-ESG 지표에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고용 다양성' 항목이 추가된 만큼 장애인 고용은 ESG 경영을 펼치는 금융그룹들이 꼭 돌아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단에서는 간담회 등을 통해 금융권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장애인 고용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개별 금융기관을 방문해 구인 협의와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장애인 직원을 포함한 고용 다양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률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전했으며, 하나금융 관계자는 "고용정책에 있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앞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