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조선업계가 코로나19발 불황을 극복하고 세계 수주량 1위 자리를 탈환한 가운데 최근 인력난과 하청노조 파업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조선업계 일각에선 이같은 악재들이 조선시장에 다시 불황의 먹구름이 몰려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실제로 올들어 조선업계는 일감이 증가했지만 선박 납기를 맞추지 못해 패널티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적 불이익은 물론 K-조선의 신뢰도 하락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전세계 발주량 2153만CGT 중 979만CGT(45.5%)를 수주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도 이후 4년만의 상반기 수주실적 세계 1위 탈환이다. 지난 2020년 국내 조선사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선사의 선박 신규 발주와 프로젝트가 지연으로 연간 수주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주 랠리가 이어졌다. 작년 국내 수주실적은 전년(823만CGT) 대비 112%,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958만CGT) 대비 82% 급성장한 1744만CGT를 수주를 달성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카타르 LNG운반선 건조계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여파 등으로 LNG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발주량(768만CGT)의 71%에 달하는 544만CGT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한국은 LNG 운반선 분야의 높은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카타르 프로젝트 등 LNG 운반선 중심으로 한국의 수주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조선업계에 모처럼 찾아온 호황이 암초를 만났다. 우선 심화된 인력난이 큰 걸림돌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11개 조선사의 인력은 2014년 5만1420명에서 지난 5월 2만9940명으로 41.7%(2만1480명) 줄었다. 조선업체들은 지난 10년간 수주 적벽으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재 일감은 쌓이는데 일손 부족으로 인해 납기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현재 외국인력 도입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조선업 인력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은 하청업체의 노조 파업 사태까지 겹쳤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으며, 조합원 7명은 1도크(배 건조 작업자) 선박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 1도크에서 건조 중인 호선은 총 4척으로, 현재 인도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또한 2도크와 플로팅 도크는 인도가 4주 지연되는 등 진수 지연으로 인한 매출 손해가 하루 260여억원이 발생하고 있다. 고정비 손실까지 감안한 하루 손실액은 320여억원 가량이다.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은 “LNG선을 중심으로 3년치 물량을 확보한 만큼 재도약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는데, 하청노조의 생산 중단 등 불법 파업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729/art_16581088219856_518503.png)
작년부터 수주세가 지속됐지만 개선되지 못한 재무구조도 고민이다. 조선업은 선박 인도 시점에 대금을 많이 받는 ‘헤비테일’ 구조로 수주 후 1~2년이 지난 시점부터 수익이 인식된다. 수주 실적이 수익성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후판 가격은 비용으로 반영된다.
조선업계의 부채비율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대표적인 조산 3사의 부채비율은 올 1분기 기준 한국조선해양이 129%. 대우조선해양 547%, 삼성중공업은 204%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기면 재무건전성이 위험한 것으로 분류된다. 한국조선해양을 제외한 2개 기업은 위험 수준인 것이다.
다만 조선업의 높은 부채비율은 차입금 자체의 증대보다는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충당금 인식 이유가 더 크다. 부채비율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자본금인 이익잉여금이 줄어들어 부채비율이 커진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일부 채권은 고정금리로 이자가 크게 늘어나는 수준은 아닐 것”이며 “높은 부채비율은 차입금 규모가 큰 것보다는 자본금 규모가 줄어들어서 비율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