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기존 금융사와의 경쟁을 넘어 빅테크와 직접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금융플랫폼 혁신을 통해 고객 접점을 더 확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입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2021년 신년사 중에서)
KB금융그룹이 '1등 금융플랫폼' 도약을 이끌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마무리 지었다. 인사 키워드는 '재무·전략' 전문가 등용이다. 다른 금융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으로, 그룹의 핵심 직무를 지낸 이들을 통해 '뉴KB'를 완성해 간다는 윤종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지난 2016년 조직개편을 통해 KB금융의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와 전략담당최고책임자(CSO)를 분리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날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증권, 카드, 생명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최고경영자(CEO) 대다수가 1960년대 중반에 출생한 인사들로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분석이다. 신임 대표이사의 임기는 2년이다. 추천된 후보는 12월 중 해당 계열사의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와 추천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KB생명보험 대표이사 후보로는 이환주 KB금융지주 재무총괄 부사장이 추천됐다. 앞서 이달 1일 차기 국민은행장에 선임된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역시 지주 CFO 출신이다. 내년 이환주 대표에게 바통을 넘겨줄 허정수 현 KB생명 대표도 지주와 은행에서 재무총괄을 지냈으며, KB손해보험도 전임 대표인 양종희 지주 부회장과 현 김기환 대표 모두 CFO를 지냈다.
은행·보험 계열사 대표에 재무 전문가를 앉혔다면 카드사에는 CSO에게 직책을 맡겼다. 내년 1월부터 KB국민카드를 이끌게 될 이창권 대표 후보는 현재 지주에서 전략총괄(CSO), 글로벌전략총괄(CGSO) 부사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그룹 내 타고난 전략통이다. 지난 2011년 3월 국민카드 전략기획부장을 지낸 이래 10년 이상 전략 부문에 몸담고 있다. 국민카드로는 7년 만의 '금의환향'인 셈이다. 현 이동철 국민카드 대표 역시 지주에서 전략총괄을 역임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난해 승진한 양종희 부회장과 앞서 부회장에 내정된 허인 국민은행장과 함께 1961년생 삼각구도를 이루게 됐다.
이처럼 KB금융 계열사 사장직에 재무·전략 총괄책임자가 등용되는 모습은 다른 금융지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만 해도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점과 경영지원그룹에서 주된 경력을 쌓았으며,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글로벌·자산관리(WM) 부문에서 전문성을 다졌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투자은행(IB)·영업·홍보 직무를 주로 담당했었다.
KB금융의 눈에 띄는 CFO·CSO 등용은 윤 회장이 '영업력'은 기본적으로 갖추면서도 금융사의 핵심 업무인 재무·전략 전문성을 지닌 인사를 통해 '리딩 금융플랫폼'으로의 도약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이 올 신년사에서 "은행은 확고한 1위, 주요 계열사들은 업권 내 톱티어(Top-tier·최고 등급)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이들 자리에 CFO·CSO 출신을 앉힌 것은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에서 CFO와 CSO를 역임한 윤 회장은 '숫자'와 '방향'을 다루는 재무·전략 능력이 금융사의 존·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잘 알고 있다. 이는 한때 겸직이던 두 자리를 윤 회장이 2016년 2월 이후 분리, 현재까지 독립된 직책으로 유지하며 계열사 대표이사로 등용시킨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윤 회장은 현재의 리딩금융에 안주하지 않고 빅테크를 넘어서는 '뉴KB'를 만들어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에 선임된 계열사 CEO의 경우 재무·전략 외에 영업 부문 등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며 "CFO와 CSO를 지낸 인사들이 계열사 CEO로 선임되는 배경에는 재무·전략 부문이 금융사의 중요한 업무이고, CFO·CSO가 그룹의 요직인 만큼 그룹이 그리는 '큰 그림'과 업무 이해도가 높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