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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의 친금융 행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금융산업 발전 가능성 높여" vs "금융소비자 보호가 우선 돼야"

 

[FETV=이가람 기자] “논어에 군자는 형태가 고정된 그릇과 달리 모든 분야의 일을 유연하게 처리하고 적응할 수 있음을 일컫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이 있다. 법과 원칙을 따르되 경직되지 않은 유연한 금융감독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겠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지난 8월 6일 취임식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종합검사 폐지와 금융상품 대책 수정, 과징금 부과 조치 재검토 등 시장 친화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에서는 금융회사의 자율성 보장을 통해 금융산업 발전을 촉진시킨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시장조성자로 활동하고 있는 증권사 9곳에 부과한 과징금 징수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가 과도한 주문 정정‧취소로 주가에 영향을 끼쳐 부당 이익을 취했다고 봤다. 이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장질서 교란 및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판단 아래, 지난 9월 적게는 10억원부터 많게는 80억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이들 증권사는 주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주문을 수정하고 호가를 새로이 제시하는 것은 정상 범주 안에 드는 업무라며 소명서를 제출했다. 이에 정 원장은 지난달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과징금 규모를 축소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서는 종합검사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발언했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징계가 아니라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금융사의 부담을 완화하고 내부 통제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종합검사는 가장 강도 높은 감독 수단 중 하나다. 금감원 직원 30여명이 한 달가량 한 금융사의 업무 전반을 살핀다. 이에 금융사들은 해마다 종합검사 대상이 될까 봐 긴장해야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 원장의 유화적 기조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과도한 제재는 시장경제를 위축시켜 결국 투자시장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복수의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개입할수록 불필요한 보고 체계가 늘어나 종사자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금융정책이 바뀔 때마다 혼란을 겪어야 했던 사례가 많았다”며 “규제와 라이선스 발급 기준 등을 완화해 금융사 간 경쟁을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금융선진국을 따라갈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난해 금융권을 멍들게 했던 사모펀드 사태를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피해 수습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도 남아 있어, 아직은 금융권의 건전성을 강화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 원장이 종합검사제도를 손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제재심의위원회에 하나은행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을 상정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정 원장이 금융감독기구로써의 역할을 자각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 피해 공동 대책 위원회는 정 원장을 상대로 자율 분쟁 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에 나섰다. 금감원이 판매사의 편의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없는 자율조정 방식을 하위 규정에 도입하고 불합리한 배상 비율 산정기준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어떤 상품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는 것은 결국 경영진”이라며 “불완전 판매 등 피해의 원인이 금융사에게 있는 경우에는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을 쉽게 번복하는 것은 처음부터 조사가 잘 안 됐다는 뜻도 된다”며 “금감원의 본질적인 역할은 금융사를 견제해 소비자를 지키는 것이고 중립성을 지켜야 할 의무도 있는데 정 원장의 저울은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