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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FE리포트] "철광석 국제시세 치솟는다"...철강 빅3 반응은?

철광석 가격, 3주 만에 45% ↑…강재값 하향세 역주행
중국 감산조치 가파른데...철강 시황, 中 영향 안 받아
구리 가격 강세에 주목…“철강 가격과 구리는 동일한 사이클

[FETV=김현호 기자] 철광석과 철강재 가격이 벌어지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 입장에선 원자재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강재값 강세에 따른 호재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국내 철강사들에 변수가 생긴 것이다. 각종 원자재 가격의 지표가 되는 중국이 경기 부진을 겪고 있지만 철강 시황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에선 강재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는데 특히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구리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철광석과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점에 달했던 시기가 겹친다. 같은 시기, 철강재 가격도 고공행진을 기록한 바 있어 다시 한번 상승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원자재값 올라가는데...철강재는 하락 전환=철광석 가격이 다시 한번 꿈틀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은 19일 기준 톤당 124.04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점을 나타냈던 올해 5월12일(톤당 237.57달러) 대비 약 100달러 가량 줄었지만 지난 11일 가격은 135.03달러로 3주 만에 45% 이상 오르기도 했다. 문제는 철강재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의 원자재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국내에 유통된 열연 가격은 톤당 130만원을 기록했다. 전월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두달 만에 처음으로 하락전환 됐다. 철강산업의 기초 소재 역할을 하는 열연은 자동차의 휠과 철구조물, 건축자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사용된다. 또 철근도 전월 대비 0.9% 줄어든 톤당 107만원으로 3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고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은 125만을 기록해 5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했다.

 

그동안 철강재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기 회복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수요가 급등했다. 수요가 오르면서 가격도 덩달아 뛰어 철강업계가 대규모 흑자를 올리는 주요 요인이 됐다. 최근 가격은 하락 추세이긴 하나 소폭 떨어지는데 그쳐 철강업계 입장에선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점이 고민거리다.

 

중국의 감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철강 시장이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은 탄소중립을 앞당기고 내년 동계올림픽을 위한 대기질을 개선을 위해 조강(쇳물)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고로(용광로)로 쇳물을 생산하기 위해선 유연탄 사용이 필수적인데 유연탄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주요 연료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로 생산 비중은 약 90%로 압도적인 글로벌 1위다.

 

환경개선을 위한 중국의 감산 조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전년대비 2% 오른 약 8억톤에 달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상반기는 생산량을 늘린 것인데 하반기부터 감산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7월 생산량은 8680만 톤, 8월은 8320만 톤으로 같은 기간 각각 8.4%, 13.2% 줄어들었다. 지난달에는 21% 감소한 7375만 톤을 생산하는데 그쳤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철광석 수입과 소비량이 가장 많은 1위 국가이기 때문에 생산정책에 따라 글로벌 철강 시황에 영향을 준다.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만큼 글로벌 철강 수급이 타이트할 수밖에 없는데 강재 가격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감산 조치가 가격을 끌어올리지 않을 경우 국내 철강업체들의 ASP(평균판매가격)도 하락할 우려가 있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철광석을 장기적으로 구매해 최근 가격이 상승해도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강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변동폭이 크지 않고 전방산업과 납품할 때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에 현재 가격보다 협상 시기에 형성된 가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 오르자...“강재도 오를 것”=철광석과 철강재 가격이 벌어지고 있지만 가격 상승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철 금속이 크게 오르고 있는데 특히 구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은 철강사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리는 전선 제조원가의 약 60%에 달하며 전기차의 배터리,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비철 금속의 대장 격인 구리 가격이 4개월 만에 1만 달러를 넘었다. 이달 15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는 톤당 1만550달러에 달했다. 두 달 만에 2000달러 가량 오른 것으로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전날에는 1만652달러까지 올라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사상 최고치에 달했던 올해 5월10일(톤당 1만724달러) 가격을 넘어설 기세다.

 

 

구리도 철강재와 비슷하게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 않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수입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데 최근 경기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 2위 부동산 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는 과도한 부동산 투자와 당국의 레버리지 규제 등으로 빚이 늘어나 파산 위기에 몰렸다. 실제 헝다는 9~10월 중 지급해야 하는 약 2억7900만 달러 규모의 달러채 이자를 미지급하기도 했다.

 

또 친환경 정책과 호주와의 외교 갈등으로 석탄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중국 광둥성(廣東省)과 저장성(浙江省), 장쑤성(江蘇省) 등 일부 지역에서 전력난이 발생해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이에 세계 주요 투자은행(IB)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21일, 기존 8.3%에서 8.0%로 골드만삭스(8.2%→7.8%)와 JP모건(8.7%→8.3%)도 각각 9월과 10월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실제 중국경제는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8월 소매판매는 증가세가 둔화됐고 9월 제조업 PMI는 49.6으로 지난해 2월(35.7) 이후 처음으로 50을 하회했다. PMI는 경제지표의 지수로 활용되며 기준치인 50 이하면 부정적인, 이상이면 긍정적인 전망을 나타낸다. 한국은행은 이와 관련해 이달 17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헝다 사태와 전력난은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구리가 강재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철강·비철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최근 경기 모멘텀 부진에도 구리 가격의 재반등은 상당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거 중국의 철강 가격과 구리 가격은 동일한 사이클이었다”며 “최근 공급차질 우려에 따른 구리 가격 상승은 수요둔화 우려로 중국 철강 가격의 재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그널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