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메리츠증권이 올해 상반기(1~6월)에도 대형 딜을 연달아 성사시키며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강자의 면모를 보였다. 여기에 자산관리(WM)도 놓치지 않으면서 수익다각화 시도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6월 초 마곡마이스복합단지의 담보 대출 및 계약금 대출 투자에 나서 자금을 유치했다. 담보 대출의 경우 선순위가 8700억원, 후순위가 2100억원 수준으로 설정됐다. 계약금 대출의 경우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보증한 유동화증권으로 1650억원 투자가 완료됐다. 여기에 마곡마이스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자기자본인 50억원을 포함하면 총 1조2500억원이 모였다. 이 투자금은 중도금 대출을 포함한 토지비와 금융비 등으로 쓰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의 2200억원 규모 공동주택 PF 대출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이 선순위 2000억원, 하이투자증권이 후순위 200억원의 금융 주관을 맡았다. 두 증권사가 손잡은 만큼 안정성과 사업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PF 대출은 브릿지론 상환, 초기 사업비 조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주상복합개발 PF를 진행했다. 이 구역은 판교의 테크노밸리처럼 기업과 인재가 상생할 수 있도록 고밀도 창업공간을 조성하는 도심융합특구에 포함됐다. 사업 규모는 1520억원 수준이다. 하천 복원, 빈집 활용 등 그린뉴딜 수혜가 예상되는 곳이라 인접한 단지들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245억원과 40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1%와 55.8% 상승한 것이다. 투자금융(IB) 부문에서는 2523억원을 벌어들여 전년 동기 대비 6.8% 늘었고, 특히 부동산PF와 밀접한 채무보증 수수료가 14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확대됐다. 이는 증권업계 최고 수익이다. 연결 기준 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4%에 달한다.
급격하게 뛰어오른 WM 수익률도 눈에 띈다. 메리츠증권의 상반기 WM 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173.1% 증가한 143억원으로 확인됐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 가운데 WM부문에서 세 자릿수 상승률을 달성한 곳은 메리츠증권뿐이다. 지난해부터 우수한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출신의 프라이빗뱅커(PB)를 영입하고, 금융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데다가 주식시장 호황이 겹쳐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폭등한 결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상장지수증권(ETN)과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에 진출했다. 메리츠증권의 CFD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체 헤지 방식을 채택해 별도의 환전비용이나 달러증거금을 없앴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기준 CFD 총 거래대금은 30조9000억원으로 전년(8조4000억원)보다 22조5000억원 증가했다. CFD 계좌잔액도 2019년 말 1조2700억원→2020년 말 4조7800억원→올해 6월 말 4조8844억원으로 꾸준히 치솟고 있다. 비록 CFD 최저 증거금률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전문투자자들의 투자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사업이라 기대가 모인다.
다만 부동산PF 규제는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위험 노출액 건전성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 자본 대비 100%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큰 메리츠증권은 대출을 축소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도 중요해졌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채권은 다른 대출 채권보다 우선 회수할 수 있는 선순위 담보 비중이 높고, 부동산PF 우발채무 비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메리츠증권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기를 넘어서려는 모습”이라며 “이전과 같은 고성장은 어렵겠지만 사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