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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건전성 경고에도...농협은행, 5분기 연속 '제자리'

6월 말 레버리지비율 4.31%...작년 6월 이후 은행권 '최하위'
적은 '기본자본'이 주원인...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속도 낼 듯

 

[FETV=권지현 기자] 농협은행의 건전성이 5분기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1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개선흐름을 보이지 못하면서 자본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단순기본자본비율(레버리지비율) 4.31%를 기록했다. 이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국내 19개 은행(지방·인터넷전문은행 포함) 중에서는 케이뱅크(3.39%)에 이은 1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올 상반기 19개 은행의 평균 레버리지비율은 6.65%이다.

 

'레버리지비율'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자본적정성 지표로 기본자본(Tier1)을 대출자산과 파생상품·부외항목 등 감독목적 재무제표 상의 모든 위험노출액(총 익스포저·EAD)으로 나눠 구한다. 바젤Ⅲ 하에서 등장한 자본완충력 개념으로, 금융사의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국제결제은행(BIS)비율과 달리 대출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아 자본을 좀 더 직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위험가중자산(RWA) 관련 시장리스크 산출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레버지리비율은 최근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농협은행의 낮은 레버리지비율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할 경우 더욱 도드라진다. 국민은행의 올 6월 말 레버리지비율은 5.96%로 6%에 육박하며, 신한은행은 5.47%를 기록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6%, 5.31%를 나타냈다.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평균 레버리지비율은 5.33%로, 농협은행은 이보다 1.02%포인트(p) 낮다.

 

주목할 점은 농협은행의 낮은 레버리지비율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6월 이후 5분기 연속 은행권 중에서 가장 낮은 레버리지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농협은행과 5대 은행 평균치 격차는 매 분기 1%p 내외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형은행 가운데 4%대 레버리지비율을 1년 이상 기록하고 있는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특히 금융당국으로부터 낮은 레버리지비율 관련 '경고'를 받았음에도 5분기가 지나도록 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더욱 아쉽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30일, 농협은행의 낮은 레버리지비율을 지적하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경우 현재 자본적정성 지표 전 부분이 시중은행 대비 열위한 상황"이라며 "특히 레버리지비율은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국내 은행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버리지비율은 중요한 자본적정성 평가지표로 인식되고 있으므로 농협은행은 레버리지비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이 좀처럼 낮은 레버리지비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총 익스포저가 높은 반면 자기자본의 핵심인 기본자본은 적은 영향이다. 특히 농협은행이 올 상반기 전년 동기(7268억원)보다 17.8% 늘어난 85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 기본자본이 소폭 늘었음에도 여전히 레버리지비율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총 익스포저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방증이다. 실제 농협은행은 6월 말 기본자본 17조6165억원을 기록, 5대 은행 중 순익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은행(23조751억원)의 76.3% 수준이지만 총 익스포저는 408조6379억원으로 우리은행(434조3751억원)의 94.1% 수준을 나타냈다. 농협은행의 총 익스포저 비중이 기본자본보다 18%p 가량 많은 셈이다.

 

이에 농협은행이 레버리지비율을 높이기 위해 총 익스포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자본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본자본을 늘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수익구조 개선을 통한 순익 증가 도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유상증자 실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를 인식한 듯 농협은행은 지난 7월, 1년 만에 미화 6억달러 규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영구채를 사회적채권(소셜본드) 형태로 발행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경우 특수 은행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아 자본 확충에 있어 시중은행에 비해 열위에 있다"면서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자본비율이 다른 주요 은행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도 자본비율이 낮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레버리지비율 개선을 위해 이달 중 지주나 이사회 결의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