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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포커스]"신동빈이 움직인다"...롯데, 인재영입•M&A '투트랙 경영' 속도

롯데 경영진, 바이오, 헬스케어, 수소사업 등 정조준
사모펀드와 함께 ‘한샘’ 인수 검토...리빙시장 겨냥
신동빈 회장 8일 수소기업협의체 총회 참석

 

[FETV=김윤섭 기자] "더 이상 기다림은 없다" 코로나19 이후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야구단 창단에 이어 이베이코리아까지 수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하면서 공격적인 M&A를 이어간 반면 조용하게 내실다지기에 집중했던 롯데그룹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통의 유통공룡 롯데가 움직인 만큼 향후 유통업계의 재계의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롯데, 바이오, 헬스케어, 수소 사업 정조준=롯데지주는 최근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바이오팀과 헬스케어팀을 신설하고 외부에서 40대 상무급 팀장을 영입했다. 헬스케어팀은 삼성전자에서 헬스 서비스를 담당했던 우웅조 상무가, 바이오팀은 미국 제약사 BMS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근무한 이원직 상무가 팀장을 맡았다.

 

헬스케어팀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시니어 시장의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관련 스타트업과 협업 및 투자를 할 계획이다. 바이오팀은 기존 바이오 업체 인수나 제약사와의 조인트 벤처 등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외부 협력 전략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지주는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벤처기업과 지분 투자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로 알려졌다. 수소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원을 친환경 수소에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등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일본에서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는 8일 열리는 수소기업협의체 최고경영자(CEO) 총회에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인테리어·가구 회사인 한샘 지분 인수 참여도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한샘을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투자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빅3로 불리는 신세계과 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모두 가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롯데도 사업다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샘 인수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까사미아를 인수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현 현대리바트), 2018년 한화 L&C(현 현대L&C)를 인수하며 홈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IMM PE가 인수금액 조달을 위해 롯데와 손을 맞잡은 것으로 보고있다. 롯데가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되면 IMM PE가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투자를 통해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IMM PE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롯데 입장에서는 기존 유통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한샘 공동인수가 성사되기 위해서 좀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롯데가 한샘 인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IMM PE에 준하는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샘은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온만큼 롯데의 인수를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샘은 지난 14일 조창걸 회장과 특수관계인 7명이 보유한 보통주(지분 30.21%) 및 경영권 양도에 관해 IMM PE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샘이 제시한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IMM PE는 인수금액의 절반씩을 금융권과 전략적 투자자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인수가 확정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방법이나 어떤 형식으로 인수에 참여할 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 롯데온 공격적 M&A보다 롯데온 자체 경쟁력 강화 집중=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는 지난달 백화점, 대형마트사업부 등에서 각각 운영되던 온라인 관련 인력을 이커머스사업부로 재배치 발령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롯데온의 운영만 이커머스사업부에서 맡고 각 사업부 소속 인사들이 각 사업부의 판매를 맡았던 시스템이 이커머스사업부로 일원화되는 것이다.

 

롯데온(ON)에 과감하게 힘을 실어주면서 독자생존의 전략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나영호 이커머스사업부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각 부문별로 이커머스를 담당하는 조직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해왔으나, 이제 조직 자체를 이커머스 내부로 옮기려는 것"이라며 "8월까지 개편을 마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온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하면서 자체 경쟁력 강화를 선언한 롯데온의 승부수다. 롯데쇼핑이 대규모 M&A로 이커머스 사업을 키울 기회가 없어지면서 롯데온의 자생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방안으로 이번 대규모 조직개편을 들고 나왔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일 진행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5~6월 비공식 일정으로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대구점을 직접 방문해 개선사항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지난달 롯데백화점 강남점 MD 리뉴얼을 위한 별도 TF를 4명 규모로 꾸몄다. TF는 강남점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방향부터 설정해 대규모 새판 짜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이 롯데온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조직 강화에 나서면서 롯데온을 이끌고 있는 나영호 대표의 리더십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롯데그룹이 나 대표를 영입하면서 부사장급으로 대표직을 격상하는 등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부 정비를 시작으로 그가 독자생존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영호 대표도 취임 직후 “롯데그룹은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라며 “그것을 저와 우리 이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자신한 바 있다. 롯데온과 나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롯데온의 점유율 확대다. 롯데온은 지난해 거래규모는 7조6000억원으로, 연간 20조~22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이베이나 쿠팡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시장점유율은 2020년 기준 5%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빅(BIG)3’인 네이버(17%)·쿠팡(13%)·이베이코리아(12%)의 절반을 밑돈다. 지난해 4월 그룹의 7개 유통계열사를 모두 모아 야심차게 출범했으나 기대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이베이코리아를 놓친 롯데온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인터파크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우선 롯데온은 자체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나 부사장이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결제'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끈 베테랑인 만큼 롯데온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온은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식품과 패션에 집중하고 있다. 식재료 전문관인 '푸드온', 패션 전문관인 '스타일온' 등 각종 전문관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줄곧 '꼭 써야 할 만한 특징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차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 박차...리뉴얼 속도 낸다=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강남점 리뉴얼을 위해 지난달 전담 TF팀을 구성하고 MD 재배치나 콘텐츠 구색을 강화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잠실점도 현재 9층과 10층을 ‘프라임 메종드잠실’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까지 단계적으로 리빙관 면적을 1.5배 넓히고 다양한 리빙 콘텐츠들로 채울 예정이다.

 

소공동 본점도 5~6층 남성패션 및 골프웨어 매장을 새롭게 단장해 우선 선보였으며, 현재 4층 여성패션 등도 일부 리뉴얼을 진행하는 등 내년까지 전체 매장의 리뉴얼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MZ세대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5층 남성 해외패션관을 시작으로 차별화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점포 폐점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섰던 롯데마트도 기존 매장 재단장을 통한 활성화로 방향을 전환한다. 우선 오는 11월 서울 잠실점에 대규모 와인전문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카테고리 킬러'인 이 매장에서는 전문점 수준의 와인 구색을 갖추고 서적과 용품까지 '와인과 관련한 모든 것'을 망라해 선보일 계획이다. 

 

은평점에는 11∼12월께 반려동물 전문 매장을 연다. 반려동물용품과 동물병원, 반려동물 미용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매장이다. 반려동물 매장 준비팀 역시 모두 반려동물을 기르는 젊은 직원들로 구성됐다. 롯데마트는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2개 점포를 닫은 데 이어 실적 부진 때문에 올해 초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

 

올해도 수익이 저조한 점포를 추가로 닫을 예정이었지만 전략을 바꿔 추가 폐점보다는 매장 재단장(리뉴얼)과 '프로젝트 W'처럼 카테고리 킬러 매장을 만드는 식으로 매장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장을 접는 것만이 꼭 능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입사원도 새로 채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