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창수 기자] "사업다각화로 기업 가치를 올려라"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인 현대오일뱅크가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사업다각화를 통한 몸값 높이기에 팔소매를 걷고 나섰다. 현대오일뱅크의 코스피 상장 추진은 이번이 세 번째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 또한 ‘탈(脫)석유·친환경 전환’이라는 중대 과제를 안게 됐다.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넉넉한 재정 확보가 중요하다. 따라서 상장을 통한 ‘실탄’ 확보를 노리는 현대오일뱅크로서는 시장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현대오일뱅크의 중점 과제중 하나는 밸류체인 확충을 통한 수소사업 주도권 선점이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사업 확장과 발맞춘 현대오일뱅크의 수소 생태계 확대는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에 이르는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으로 그 윤곽이 드러났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고순도 수소 생산 개시를 통해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에도 진출해 ‘탈탄소’ 행보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오일뱅크는 본업인 주유소를 매개로 한 고객 경험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편의점 체인 CU와 손잡고 수제 맥주를 선보이는가 하면 주유소 입지를 활용한 중고거래 플랫폼 ‘블루마켓’ 서비스도 내놨다. 정유사 가운데 최다 직영네트워크를 확보한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를 통한 수익 창출과 더불어 고객들의 사용자 경험 증대를 통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 세번째 상장 나선 현대오일뱅크…“성공 가능성 높아”=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NH투자증권과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 절차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하나금융투자는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을 목표로 코스피 상장을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주요 국가들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의 중요한 포인트다. 그간 ‘불패 행진’을 벌여온 정유화학 산업의 ‘탈정유’ 바람, 전기차·수소 에너지·탈원전 등으로 대변되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의 바람을 타고 현대오일뱅크도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변화 실행을 위해서는 든든한 자금이 필요한데,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은 이를 상당 부분 해결해 줄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 시도는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2012년과 2017년에도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2012년에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업황 악화, 2017년에는 지분 매각에 발목을 잡혀 상장 작업이 중단됐다.
정유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이번에는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지분 17%를 매각, 1조3749억원의 실탄을 확보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일궈냈다. 최근 실적이 좋은 것도 기업 가치 산정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2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은 9조480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배 늘었다. 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784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오일뱅크의 현재 기업 가치는 약 8~10조원으로 평가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아람코 투자 유치 당시 이미 8조원 가량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수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촘촘한 직영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한 이용자 경험 증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활발한 경영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 수소연료전지 분리막·블루수소 통한 수소경제 선점 ‘박차’= 지난달 26일 현대오일뱅크는 연내에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분리막은 연료전지 시스템의 출력 향상과 내구성 등을 좌우하는 소재다.
분리막 사업은 현대오일뱅크가 구축할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부문 수소 밸류체인의 첫 단추를 꿰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연내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을 시작으로 전해질막, 단위셀 등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향후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사업뿐 아니라 건물 및 중장비용 연료전지사업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부터 중앙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어 올해 초 사업 진출을 확정 짓고 그 첫 단계로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연내 분리막 생산 설비 구축과 시운전을 완료하고 2022년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실증 테스트를 거쳐 2023년 제품을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2022년부터는 전해질막 사업 등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순차적으로 확장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30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만 연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차용 고순도 수소연료 시장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금까지 자체 생산한 연 20만톤의 수소를 정유 공정 가동에 활용했다. 이를 수소차 연료로 쓰려면 순도를 99.999%까지 높여야 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생산하는 고순도 수소는 하루 최대 3000㎏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6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최근 태양광 패널 소재 생산, 온실가스 자원화, 바이오 항공유 등 친환경 사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 소재 등 3대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오일뱅크, 직영 주유소 인프라 활용한 사용자 경험 확충= 현대오일뱅크는 기존의 ‘알짜 사업’인 주유소 거점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 다각화에도 한창이다. 350여개의 직영 주유소를 통한 다양한 연계 활동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사용자 경험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편의점 CU와 협업해 고급휘발유 ‘카젠’을 콘셉트로 한 수제 맥주 ‘고급 IPA’를 출시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카젠은 지난해 리뉴얼 출시된 현대오일뱅크 고급휘발유 브랜드다.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와 ‘최고’를 뜻하는 ‘제니스’의 합성어로 최고의 품질을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고급 휘발유는 주로 수입차에 주유되는데 최근 MZ세대가 수입차 시장 주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며 수요가 꾸준히 느는 추세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즐거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수제 맥주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주유소 거점을 통한 다양한 복합 서비스 제공도 눈길을 끈다. 전통적 주유 목적을 넘어 전기차 충전 등 부대시설을 통한 편리성과 재미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지난 7월 현대오일뱅크가 선보인 중고거래 플랫폼 ‘블루마켓’이 대표적이다. 주유소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한 이 서비스는 보너스카드 앱 회원이라면 별도 인증 절차 없이 전국 352개 직영 주유소를 이용해 안전하게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블루마켓은 안전과 접근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은 주유소는 거래 장소를 정하기 쉽고 사업장 내 CCTV나 관리자가 있어 마음 놓고 거래할 수 있다. 주차공간이 있어 차량을 이용한 대형 물품 직거래가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자원의 재사용과 지역경제의 소통을 활성화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전3기’를 거쳐 세 번째 주식시장 상장의 문을 두드리는 현대오일뱅크가 사업 다각화와 체질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해 ‘IPO 대박’을 터뜨릴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