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의 최종 제재를 기다리고 있는 증권사 및 기관 현직 수장들. (왼쪽부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양홍철 대신증권 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835/art_16303889617877_7dea6f.png)
[FETV=이가람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증권가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손 회장과 비슷한 이유로 사모펀드발(發) 중징계를 받은 일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손 회장이 금감원의 중징계를 취소해 달라고 낸 행정소송 1심에서 법리적 미흡을 이유로 손 회장의 편을 들어줬다. 지난해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의거해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가 우리은행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에서 기인했다고 판단해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 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렸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해임권고부터 문책경고까지가 중징계로 구분돼, 연임 및 금융권 취업이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제한된다.
금감원은 중징계의 근거로 ▲상품선정위원회 생략 여부 ▲리스크 관리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및 결과 미비 ▲투자자 권유 사유 정비 미비 ▲점검체계기준 미비 등 5가지를 들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금융상품 선정 절차 마련 의무 위반 1건 만이 위법하다고 봤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은 근본적으로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그리고 관련 고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며 “관련 규정을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해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라임 및 옵티머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같은 사유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양홍철 대신증권 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등 전·현직 증권사 CEO들에게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들 CEO는 현재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판결로 금융당국의 기조가 바뀐다면 제재 수위가 경감될 가능성도 높다.
앞서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손 회장의 1심 판결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공판을 토대로 최종 제재안을 확정할 것을 귀띔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취임한 정은보 금감원장도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며 친금융사 행보를 예고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통해 사모펀드 사고에 정부·감독기관의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처벌이 정당하지 않다는 법원의 공식적인 판결이 나온 만큼 제재 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면서도 “금감원의 항소에 따라 공방이 이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변수가 생긴다면 각각의 CEO들이 소송전을 준비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제재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