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올해 상반기 주요 증권사들의 대손준비금이 늘었다. 증권시장 활황과 사업영역 확대로 호실적을 달성한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도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대손준비금이란 어음·외상·대출금 등 받아야 하는 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수익의 일부를 회계 처리해 손실에 대비하는 이익잉여금을 의미한다. 대손충당금과 별개로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법정준비금이다.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불황을 염두에 둔 이중 완충 장치인 셈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20개 증권사가 보유한 대손준비금은 8450억5152만원으로 전년 동기(8185억91만원)과 비교해 3.24% 증가했다. 지난 1년 동안 대손준비금을 13곳이 확대·6곳이 축소·1곳이 유지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대손준비금 적립률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 지난해 6월 말 27억7810만원에서 지난 6월 말 127억7371만원으로 359.80%나 뛰었다. 그 뒤를 DB금융투자(252.66%), 한화투자증권(152.56%), 신한금융투자(118.41%), 유안타증권(57.89%), 교보증권(946.80%), 현대차증권(37.89%), 삼성증권(34.20%), 유진투자증권(23.04%), 키움증권(17.38%), IBK투자증권(8.93%), NH투자증권(5.70%), 하나금융투자(0.22%) 등이 따르고 있다.
반면 대신증권(-29.75%), 한국투자증권(-27.10%), 미래에셋증권(-20.35%), 메리츠증권(-11.47%), KB증권(-5.27%) 등은 대손준비금이 줄었다. 신영증권은 홀로 변화가 없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1년 동안 투자금융(IB) 등 사업 규모가 커지다보니 합당한 대비를 해야 했다”며 “대손적립금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리스크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주식거래량과 증시거래대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신용대출이 활성화됐다”며 “위탁체결미결제미수금과 자기신용융자금이 급격하게 증대된 영향으로 대손준비금을 추가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손준비금은 부실채권이 발생하거나 대출자산의 위험성이 커지면 더 쌓아야 하고, 부실자산을 상각·매각 또는 회수하거나 차주의 신용도가 회복될 경우 환입이 이뤄진다. 대손준비금이 감소했다고 리스크 대비에 소홀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B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최소 적립률을 이미 만족시켰다”며 “대손준비금이 감소한 것은 자산건정성이 개선됐고, 부실화 요인이 줄어들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