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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FE워치]'11번가·아마존' 한미연합군, 이커머스 판도변화 예고

11번가 8월 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 공식화
“아마존과 차별화 위해 노력...IPO 성공시킬 것”
쿠팡,네이버,이베이 등 해외직구 경쟁력 강화 속도

 

[FETV=김윤섭 기자] 지난해 11월 11번가와 제휴를 맺은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이 이달 말 한국에 공식 상륙한다. 아마존의 상품을 11번가에서 직접구매하는 형식이 유력하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해외직구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황이다. 특히 11번가가 지난해 매출액의 증가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했고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만큼 이번 아마존과의 협력이 향후 11번가의 IPO성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11번가 8월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 공식화=19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이르면 이달 말 아마존 상품을 자사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한다.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지분투자 약정을 체결한 지 9개월 만에 양사의 협력 서비스가 공개되는 셈이다.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2센터장은 지난 11일 SK텔레콤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텔레콤 구독서비스와 연계해 차별화한 쇼핑 편의성을 제공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8월말 경 오픈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는 "조만간 아마존과 함께 해외 직구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대규모 프로모션과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통해 11번가 IPO를 성공시킬 단초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력 및 서비스 방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아마존 판매 상품을 11번가 물류센터에서 관리·배송하는 형태 등으로 해외 직접구매(직구)의 단점을 보완할만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SK텔레콤에서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가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 멤버십과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SK텔레콤과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멤버십 혜택과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연계한다면 SK텔레콤 회원들을 11번가로 유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도 아마존과의 협업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8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서 "하반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과 이와 관련해 SK텔레콤과 연계한 강력한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스토어 성공을 보면서 아마존과 우리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성공이 1차 목표다. SK텔레콤 포인트와 연결해 멤버십 포인트로 강력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11번가 내실경영에서 외형 성장으로...투자 확대=11번가는 아마존 상륙을 앞두고 올 상반기부터 글로벌 사업팀을 구성하고 직매입과 물류 역량을 강화해왔다. 이른바 ‘쿠팡 모델’로 불리는 직매입 사업을 통해 몸집을 빠르게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물류센터 확보가 필수인 만큼 물류센터 확충도 계획 중이다. 현재 11번가의 배송 거점은 파주, 대전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정사업본부와 풀필먼트 배송서비스 업무제휴를 시작했고 올 상반기에는 △SSG닷컴 새벽배송 △근거리 물류 플랫폼 '바로고' 투자 △GS프레시몰 새벽배송 △우체국택배 익일배송 △SLX택배 당일배송 등 타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11번가의 이번 아마존 협업이 이커머스 업계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최근 해외직구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해외직구 수요도 커진 영향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접 구매액은 4조109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01% 늘었다. △2016년 1조9079억원에서 △2017년 2조2435억원 △2018년 2조9717억원 △2019년 3조6360억원 △2020년 4조1094억원 등으로 매년 시장규모는 급성장하는 추세다.

 

상품군별로 음·식료품 해외 직접 구매액은 같은 기간 22.5% 증가한 1조1157억 원,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11.8% 늘어난 1조5746억 원, 생활용품 및 자동차용품 34.6% 신장한 2484억 원이다. 관련 수요는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분기 해외 직접 구매액은 1조12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6% 늘었다. 상품군별로 의류 및 패션 상품 구매액이 30.4%, 음·식료품 23.3%, 화장품 21.5% 증가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아직 뚜렷한 시장 선도 업체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직구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경쟁사들도 적극적으로 해외직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 상륙으로 해외직구 시장이 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전에 먼저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쿠팡은 지난 3월 미국에 한정됐던 직구 취급 품목을 중국까지 넓혔다. 특히 직매입을 통한 빠른 배송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로켓직구로 상품을 주문할 경우 평균 3~4일이 걸리고, 도서 산간지역도 7~10일 이내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G9를 앞세워 '해외직구 특화 쇼핑몰'로 정하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전체 상품군의 4분의 1에 불과한 직구 상품을 과반수 이상으로 늘리고,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한정돼있는 직구 상품군 국가도 더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도 올해 상반기 해외직구 거래액이 40% 가까이 증가하는 등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면세점이나 해외여행을 통해 구매하던 명품 직구가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오픈마켓 특성상 전 세계의 다양한 판매자들이 입점해 있어 상품 수가 많다는 점이 강점이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중국, 호주 등 판매국가도 다양하다. 또 상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현지에서 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한 판매자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이들이 직접 촬영한 상품 사진을 업로드하도록 했다.

 

 

◆ 아마존 발판으로 상장까지...11번가의 승부수=아마존과의 만남은 실적개선과 자체경쟁력 확보가 급했던 11번가 입장에서도 가장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는 평가다. 이상호 대표와 11번가가 선택했던 내실경영 전략에서 다시 외형 확장으로 방향을 선회한만큼 단기간내에 점유율과 거래액을 크게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액 545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으나 2019년 흑자전환을 기록한 뒤 1년만에 다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거래액도 10조원으로 추산돼 전년(8조8000억원)보다 14% 느는 데 그쳤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지난해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며 거래액이 대폭 늘어난 것에 비해 아쉬운 수치다.

 

지난해 국내 주요 이커머스업체 거래액은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 ▲11번가(10조원) ▲위메프(7조원) ▲티몬(5조원) ▲카카오(4조6000억원) ▲SSG닷컴(3조90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11번가가 다시 성장전략을 변경한 데에는 성공적인 IPO가 배경에 있다. 최근 이상호 대표 직속으로 직매입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을 따로 마련하는 등의 행보도 이와 같은 행보의 일환이다.쿠팡을 필두로 한 경쟁업체들이 엄청난 투자를 통해 치고나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뒤쳐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11번가의 상장 시점은 2023년이다.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할 당시 나일홀딩스(H&Q코리아·국민연금·새마을금고)에 18.2%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5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나일홀딩스와 약정에는 5년 내 기업 공개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 시점이 2023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초 IPO추진팀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절치부심한 상태다. 신설된 IPO추진팀은 상장 전략 수립과 상장 요건 사전정비, 외부 기업설명회(IR) 활동, 공모 절차 등 상장 추진에 필요한 실무 전반을 담당한다. 상장 완료 후에는 IR·공시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지난 3월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성공적인 IPO 추진을 위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며 "특히 아마존 직구 서비스에서는 언어·결제·배송·CS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가장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상호 사장과 11번가가 아마존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다시한번 11번가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