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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평행선 달리는 노사”...HMM 총파업 분수령 D-1

3차 임금협상 결렬 이후 11일 4차 협상 앞둬…노사간 입장차 ‘뚜렷’
임금인상, 5.5% vs 25%…8년간 임금동결한 노조, 협상 불발시 총파업 예고
HMM 역대급 실적이지만...창사 45년 만에 수출대란 발생하는 첫 파업 위기

[FETV=김현호 기자] HMM 노사가 11일 네번째 임금협상에 나선다. 임금과 관련해 노사간 이견 차이가 극심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직 노조는 이번 협상도 타결되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창사 이래 최초의 총파업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사무직 노조도 파업을 준비하는 만큼 11일 결과에 따라 해운업계의 '물류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임금협상은 극적인 타결을 이뤄냈지만 HMM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에 노조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폭등한 해운운임은 올해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신바람’을 내고 있는 HMM이 총파업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초과근무는 다반사”…HMM 노조, 파업 초읽기=지난주 HMM 해상직 노조가 해운업계 출입기자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임금협상과 관련한 노조의 입장이었는데 노조는 일일 근무시간은 12시간에 주휴수당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에 그친 급여와 회사가 근로시간을 부적절하게 산출한다며 “이런 회사에 근무하고 싶은가”라는 의문문으로 이메일을 마무리했다.

 

지난 3일 열린 HMM 노사간 3차 임금협상에서 사측은 ▲임금인상 5.5% ▲격려금 100% ▲하반기도 시황이 받쳐준다면 연말에 100% 범위 내에 추가 격려금 지급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급여의 정상화 요구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인상 ▲생수비 명복 1일1인 2달러 지원 등을 사측에 제시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6년간의 임금동결 등을 고려해 직원들의 처우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조가 받은 평균연봉은 동종업계인 현대글로비스와 팬오션에 비해 부족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 해상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받은 평균임금은 남성기준, 7018만원이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7232만원, 팬오션은 8900만원에 달했다. 노조는 해운물류 수출입의 99.7%를 담당하고 있는 해상직원에게 부족한 임금이라며 이마저도 과도한 근로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근로시간도 부적절하게 산출하고 있다. HMM은 선원들에게 209시간의 근로시간과 104시간의 고정 초과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국·내외 선박 검사에 대응하기 위한 초과근로는 다반사라고 토로한다. 해상직원 초과근무시간은 104시간을 넘고 1등 항해사의 초과 근로시간은 7월 기준 156시간이 초과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초과근무수당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40여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1등 기관사도 지난달 법정근로시간을 120시간 넘긴 296시간 동안 근무했다.

 

노조는 또 직원들의 복지에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근무태만 등의 이유로 해상직 직원들의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병원도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이밖에 선원들은 교대자 부족으로 제대로 된 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반강제적으로 연장계약서를 작성하며 장기승선도 강요받고 있다.

 

해상직 노조는 4차 임금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중노위가 쟁의 조정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노조는 파업이 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노조는 향후이후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8년 연속 임금동결을 감내했던 사무직 노조도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바 있어 양대 노조가 모두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창사 이래 무파업을 이어왔던 HMM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수출 대란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HMM 관계자는 “동종업계와 비슷한 임금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조 측의 입장을 알지만 회사로써는 공적자금 투입과 결손금도 많아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출대란을 피하기 위해 원만한 협상에 나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총파업 위기의 배경에는...‘역대 최대 실적’=노조의 강경한 입장은 이르면 12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HMM이 올해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2분기 매출은 2조7369억원, 영업이익은 1조2548억원을 예상했다. 이는 10년 만에 ‘1년 흑자’를 나타냈던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지난 1분기(1조193억원)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하반기에도 해운운임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올해 5조원이 넘는 흑자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주 기준, 4225.86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29.6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지난달 16일,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이후 13주 연속 최고가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노선 가운데 미주 서안은 1FEU(길이 12m 컨테이너)당 5555달러, 동안은 1만167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각각 37달러, 100달러 오른 수치다. 또 유럽(구주) 운임도 1TEU(길이 6m 컨테이너)당 23달러 오른 7418달러를 보였다.

 

해운운임이 강세를 보인 이유는 비대면 수요로 선복량은 늘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에 항만적체와 컨테이너박스 부족 현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운임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백신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항만 마비현상이 해상운송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어 여전히 해상운송 수급 불일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급 불일치 현상이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HMM 주가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창사 4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직면한 영향이 적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선 HMM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선박이 멈추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은 9일 종가기준, 3만96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4만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지난 5월27일(5만600원)과 비교하면 21.6% 감소한 수치다. HMM은 최근 한 달 사이 14거래일 동안 하향세를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