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모펀드발 금융사고의 후폭풍으로 올해 상반기(1~6월) 분쟁조정건수가 대폭 증가했다. 아직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품과 금융당국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 등이 남아 있어 당분간은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분쟁조정신청은 1512건으로 전년 동기(1254건) 대비 20.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은행과 보험사의 분쟁조정신청 건수가 각각 54.4%와 12.9% 감소한 것에 비교하면 월등한 수준이다. 지난해 증권가를 덮친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분쟁조정이란 금융소비자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금융회사와 금전과 관련해 다툼을 겪고 있는 사건에 대해 조정안을 요청하는 제도다. 소비자와 금융사가 조정안에 합의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다. 다만 어느 한쪽이라도 거절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
![2017년~2021년 상반기까지 증권사 분쟁조정신청 건수. (단위: 건) [자료 한국금융투자협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831/art_16281284833719_2634a8.png)
주요 22개 증권사 가운데 분쟁신청이 가장 많이 들어온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올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접수된 분쟁조정신청은 36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36건)보다 두 배 넘게 뛰었다. 다만 정일문 대표이사가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책임이 있는 부실 사모펀드 가입자에게 원금을 전부 돌려주겠다고 발표한 만큼 다수의 분쟁이 조기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이 전액 보상을 결정한 펀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젠투, 팝펀딩(헤이스팅스·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문화콘텐츠·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 상품이다.
다음은 미래에셋증권(255건)이다. 전년(78건)과 비교해 세 배 가까이 폭등했다. 사모펀드 사고는 비켜갔지만 올 상반기 가장 많은 기업공개(IPO) 물량을 소화한 것으로 미뤄 전산오류 관련 이슈로 파악된다. 신한금융투자(191건), NH투자증권(137건), 대신증권(128건), 한화투자증권(111건) 등 라임자산운용 또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들이 100건을 상회하는 분쟁조정신청 건수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확한 분쟁 사유를 밝힐 수는 없지만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에 가입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합리적인 조정안을 도출해 자본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 뒤를 삼성증권(82건), KB증권(48건), 하나금융투자(45건), 유안타증권(32건), 메리츠증권(27건), DB금융투자(26건), 현대차증권(21건), 유진투자증권(16건), 교보증권(11건), 하이투자증권(11건), 신영증권(7건), KTB투자증권(2건), SK증권(2건) 등이 따르고 있다. 부국증권, 키움증권, 한국포스증권은 분쟁조정신청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SK증권과 키움증권의 경우 트레이딩시스템(HTS·MTS) 장애로 인한 민원 접수 건수는 많았지만 분쟁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펀드 투자자들이 조정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 증권사들이 추가 분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성격의 사건인 데다가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펀드들이 있어 분쟁조정신청은 하반기에도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복수의 증권사 관계자들도 “분쟁 건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어려운 시기지만 금융당국이 내놓는 조정안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투자자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