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증권사가 편의점과 협력하고 있다. 편의점을 자주 방문하는 MZ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이마트24와 함께 전날 ‘주식도시락’을 출시했다. 이 도시락에는 네이버(44만4000원), 현대자동차(23만원), 삼성전자(7만9500원), 대한항공(3만550원), 대우건설(7340원), 삼성중공업(6590원), 인터파크(9020원), 맘스터치(5230원), 한화생명(3465원), 대한해운(3365원) 등 10개 기업의 주식 가운데 1주를 무작위로 받을 수 있는 쿠폰이 들어 있다. 동봉된 쿠폰의 QR코드를 통해 하나금융투자 계좌를 신규 개설하면 주식이 자동 지급된다. 마케팅 비용은 하나금융투자와 이마트24가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도시락의 가격은 4900원으로 무료 주식 가격을 반영하면 합리적이라는 입소문을 탔다. 주식도시락은 다음 달 12일까지 판매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하루 만에 발주가 중단됐다.
황수원 이마트24 마케팅팀 파트너는 “청년들의 주식(主食)으로 자리 잡은 도시락과 자본시장에서 사고 파는 주식(株式)의 발음이 동일하다는 데에서 착안해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GS리테일과 협력해 GS25 내 현금지급기(ATM)를 이용해 돈을 인출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존에는 은행과 카드사 출금만 가능했는데 이제 증권사와도 제휴를 맺게 된 것이다. GS25 ATM을 통한 연간 거래액이 지난해 11조원을 돌파하는 등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은 CU와도 손을 잡았다. 금융 투자와 편의점 포인트 적립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약정수익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인 ‘CU+삼성증권통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 계좌로 주식이나 펀드를 매매할 경우 매달 투자금의 1%씩 월 최대 5만 CU포인트가 ‘포켓CU’에 적립된다. CU포인트는 전국 1만5000여개 CU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부자델라페’라는 이름의 음료를 출시하고 결제한 뒤 거스름돈이 생기면 삼성증권의 CMA에 10%의 추가금과 함께 넣어 주는 프로모션을 구상한 데에 이어 두 번째 협업이다.
이 통장을 이용하고 있는 한 투자자는 “집과 사무실 근처에 CU가 많아 이벤트 기간에 개설했다”며 “주거래 증권사를 삼성증권으로 옮기고 주식 투자를 하니 생각보다 포인트가 잘 쌓여 수수료를 생각해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편의점에 앞 다퉈 연락을 취하는 이유는 20대와 30대에게 친근히 다가가기 위해서다. 증권시장에 뛰어든 젊은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MZ세대가 증권사의 잠재 고객이 됐다. 통상 첫 거래 증권사가 평생 거래 증권사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놓칠 수 없다는 의지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 주식시장에 발들인 30대 이하 신규 투자자가 161만명이라고 발표했다. 20대 이하는 3명 중 2명(64%)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상장법인 2352곳의 투자자 수는 중복 제외 919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8.5% 급증한 수준이다.
이 MZ세대들은 편의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편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올린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곰표 및 모나미 등 다른 브랜드들과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은 물론 아이돌 굿즈까지 인기 상품 반열에 올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도 편의점에 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Z세대 10명 중 8명(77.8%)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편의점에 방문하고, 편의점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친숙한 편의점을 거치는 방법으로 증권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금융투자는 어렵고 자산가들만 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열 마케팅으로 번질 수도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