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창수 기자] 올해 상반기 대형 신작들이 쏟아져 나오며 게임 시장을 한껏 달군 가운데 업계 ‘맏형’인 넥슨은 유달리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엔씨소프트·넷마블·카카오게임즈 등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지만 넥슨의 이렇다 할 신작 발표는 없었다.
넥슨의 ‘조용한 행보’에는 올해 초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며 파장을 키웠다.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인해 넥슨은 이용자 간담회를 여는 등 사태를 수습함과 아울러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공개를 약속했다.
상반기 넥슨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21)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 등 숨고르기를 통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넥슨은 게임업계 대장다운 ‘공력’을 쏟아부으며 차후 선보일 신작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프로젝트 HP’, ‘마비노기 모바일’ 등이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다양한 신작을 선보이게 된다.
◆ 한껏 달아오른 2021 게임시장…넥슨은 상대적 ‘조용’= 국내 게임 시장이 올해 모처럼 달아오르며 전성기를 맞았다. 엔씨소프트는 롱런 흥행하던 ‘리니지M’과 ‘리니지2M’에 이어 지난 5월 모바일 게임 ‘트릭스터M’을 출시했다. 이어 6월에는 넷마블이 ‘제2의나라’를, 지난달 말에는 카카고게임즈가 ‘오딘’을 론칭하며 게임 시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오딘은 출시 후 일주일이 채 안 돼 양대 앱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해 파란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일명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선두 격이자 게임업계 맏형인 넥슨은 유달리 조용한 한 해를 지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개발이 지연됐던 신작들을 연이어 출시하는 경쟁사들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유저 신뢰 회복 나서= 넥슨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매년 10종 이상의 신작을 선보이며 활발한 모습을 이어 왔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2018년 “넥슨의 철학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다양성”이라며 넥슨만의 문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내놓은 게임들이 큰 매출과 직결되지 못하면서 넥슨은 2019년 하반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신규 프로젝트를 대거 정리하고 가능성 높은 개발작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올인했다.
올해 초 넥슨의 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대표 게임 ’메이플스토리‘로부터 촉발된 확률형 아이템 이슈였다. 넥슨은 지난 2월 메이플스토리 테스트서버 패치에서 게임 내 아이템인 ‘환생의 불꽃’을 통해 부여할 수 있는 추가 옵션 확률을 동일하게 바꿨다는 공지를 냈다. 이후 다수 유저들이 “그럼 이제까지는 좋은 옵션을 적용하는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응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의 모든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 강화 확률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 달성할 수 있는 일부 등급이 원천봉쇄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태는 더 확산됐다. 이후 국회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발의되고 각 게임사들이 게임 내에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고지하는 등 업계 안팎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후 넥슨은 이용자들과의 적극적 소통으로 신뢰 회복에 나섰다. 지난 3월부터 공식 홈페이지토론 게시판에 접수된 문의에 대해 개발진 답변을 주기적으로 게재 중이다. 아울러 보다 효과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게시판의 기능을 개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용자의 의견을 듣는 추가 채널로 유저자문단 1기를 신설하기도 했다.
◆ ‘숨고르기’ 거쳐가는 넥슨, 내년 잇단 대형 신작 대기= 올해 상반기 조용한 모습을 보인 넥슨은 향후 행보를 위한 ‘숨고르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주력인 게임 개발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CSR) 활동으로 업계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월 개최됐던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21)은 넥슨의 상반기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NDC는 넥슨 소속 개발자들이 모여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종의 사내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했다. 이후 지식공유의 가치에 공감하는 타사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외연을 확장, 2011년부터는 ‘게임업계 모두의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돼오던 NDC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올해 열린 NDC21의 경우 최초로 온라인으로 개최돼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강연 시청이 가능했다. 넥슨을 비롯한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강연, 현직자들의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클라우드 등 다양한 주제의 담론이 공유되며 업계를 풍성하게 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편 넥슨은 상반기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주요 개발작의 담금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비공개 테스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작들은 내년에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관심을 모으는 작품으로는 최근 일부 모습이 알려진 ‘프로젝트 HP(HP)’가 꼽힌다. HP는 ‘듀랑고’와 ‘마비노기 영웅전’을 개발한 이은석 디렉터의 신작이다. 칼·창·망치·활 등 근접 무기를 활용한 전투 중심의 PvP(게임 이용자 간 대결) 액션 게임이다.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 세계와 다르게 현대적 시각 요소가 가미된 탁월한 비주얼과 화끈한 액션을 앞세운 PC 기반 고품질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김대훤 넥슨 부사장(신규개발본부 총괄)은 “프로젝트 HP가 최고의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이은석 디렉터를 필두로 모든 개발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규개발본부는 프로젝트 HP를 시작으로 완성도와 차별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시장에 연달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넥슨은 니트로 스튜디오와 데브캣을 통해 자사의 인기 게임 ‘마비노기’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마비노기 모바일’의 개발에도 한창이다. 니트로 스튜디오와 데브캣 각각 50명 이상씩 1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히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간 넥슨이 내공 고르기를 통한 성장으로 향후 어떤 신작들을 선보일지 ‘큰형님’을 향한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