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이 몸값 거품 논란에 휘말리면서 대표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래에셋증권은 상장을 앞둔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공모가 희망 범위를 40만원~49만8000원으로 수정했다. 기존에 제시한 45만8000원~55만7000원에서 10% 이상 하향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공모금액은 4조6000억원~5조6000억원에서 3조4617억원~4조3098억원으로 축소됐다. 공모규모도 줄였다. 구주매출(303만230주)은 유지하고 신주발행을 703만주에서 562만4000주로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2조를 근거로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정정을 요청한 데에 따른 조치다.
그동안 투자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비교 대상 선정과 실적 산출 방법이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피어그룹은 같은 산업군을 대표하는 회사 중에서 선정한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은 월트디즈니, 넷이즈, 액티비전 블리자드, 테이크투, 워너뮤직,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을 선택했다.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45.2배에 달한다.
크래프톤의 비전이 엔터테인먼트로의 도약이라지만 아직은 히트작이 배틀그라운드에 불과한 상황에서 과연 수많은 명작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월트디즈니 및 워너뮤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미래에셋증권은 크래프톤의 피어그룹에서 글로벌 탑티어를 제외하고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를 추가했다. 또 지난 1분기 실적을 토대로 올해 일 년 치 매출을 추산했다가 지난해 실적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상장은 기업사에 있어 한 번뿐인 대형 이벤트다. 원하는 시가총액을 인정받고 주식시장에 데뷔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주관사단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특히 지금처럼 IPO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발행사의 기대치가 커질 대로 커져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향후 딜 성사 여부까지 걸려 있어 주관사는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올 상반기 IPO 부문에서 리그테이블 1위를 차지했다. 12곳을 상장시키고 229억원을 거둬들였다. 점유율은 24% 안팎이다. 오랜 강자였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모두 제쳤다. IPO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이 직접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에 참여하는 등 전사적 역량을 쏟은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