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롯데그룹이 유통강자의 자존심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에 나섰다. 예년보다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약 2주 앞당겨 개최해 하반기 전략 구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에 밀려 고배를 마신만큼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 이커머스 관련 전략이 회의 주요 주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신동빈 회장, 하반기 그룹 사장단회의 조기소집...1일 진행=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내달 1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그룹 주요 임원 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사장단 회의)를 진행한다. 롯데그룹의 하반기 사장단회의는 통상 7월 중순에 열렸으나 올해는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차지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선두권에 진입한만큼 롯데그룹도 빠른 대응에 나서기 위한 조치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장단 회의 전날인 6월 30일에는 신 회장,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4개 사업부문(비즈니스유닛:BU) 부문장과 일부 경영진들이 컨설팅사의 사업제안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하반기 회의에는 신 회장과 함께 송용덕ㆍ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강희태 유통BU(Business Unit)장, 김교현 화학BU장, 이영구 식품BU장,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등 주요 계열사 임원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웹세미나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그룹의 두 축인 유통과 화학이다. 특히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 공개될지가 관심사다. 롯데그룹이 지난 17일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으로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에 이어 이커머스 부문 국내 3위를 다투는 업체다. 이베이코리아 M&A를 통해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롯데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 신세계그룹은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서게 됐다. 반면 롯데의 e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지난해 거래액이 7조6000억 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자금력과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해볼 때 롯데그룹을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봤다. 롯데그룹이 이베이 출신의 나영호 대표를 영입하고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투자하는 등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당사와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며 “아쉽지만 e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 창출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A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강희태 부회장 "롯데온 차별화 지속...M&A 계속 추진"=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도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무산된 18일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내고 "그로서리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를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와 지분 투자 등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선 자체 플랫폼인 롯데온의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나 부사장이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결제'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끈 베테랑인 만큼 롯데온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온은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식품과 패션에 집중할 방침이다. 롯데온은 식재료 전문관인 '푸드온', 패션 전문관인 '스타일온' 등 각종 전문관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롯데온이 줄곧 '꼭 써야 할 만한 특징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차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는 부동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며 다음 행보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자산(1조6000억원)까지 합하면 롯데쇼핑의 투자 가능 재원은 3조2400억원이 넘는다.
이커머스 강화는 신 회장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앞서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요기요 본입찰 이달 30일 진행...롯데그룹 나올까=또 업계에서는 이달말로 다시 일정이 연기된 요기요 본입찰에 롯데그룹이 등장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고배를 마신 신 회장이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과감한 베팅 카드를 뽑아드는 등 공격적 행보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글로벌 본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를 통해 인수 적격후보(숏리스트) 5개사에 요기요 본입찰 마감을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DH는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방침에 따라 요기요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시한은 오는 8월 3일이다. DH는 지난달 4일 진행한 예비입찰을 통해 신세계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털 등을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통시장 인수·합병(M&A)의 최대어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 요기요 매각 일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요기요 입찰전 상황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하면 자금 부담을 고려해 요기요 인수전에서는 발을 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요기요 인수시 롯데GRS, 롯데쇼핑 등 여러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요기요 인수전 초반 업계에서 롯데그룹이 원매자로 거론됐던 이유다. 예비입찰에서는 지나친 몸값 대비 이점이 적다는 이유로 예비입찰에 불참했으나 이베이코리아 입찰 경쟁에서 밀린 만큼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이 요기요를 인수하면 외식사업을 영위하는 롯데GRS, 세븐일레븐·롯데마트·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 이커머스 ‘롯데온’까지 ‘퀵커머스’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도 유력후보로 점쳐진다. 이베이 본입찰을 건너뛴만큼 남은 기간 요기요 인수 적정성을 재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요기요의 현재 몸값이 2조원 수준에서 형성된만큼 자금여력에서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신세계-네이버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협업도 관심=신세계-네이버 동맹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합종연횡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윤풍영 SK텔레콤 CFO는 지난 14일 투자자·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회사 분할에 대한 투자자설명회(IR)에서 "하반기에 롯데·홈플러스와 여러 협력 방안을 열어 놓고 이야기 하려 한다"고 했다.
신세계가 CJ와 네이버와 손잡고 반(反) 쿠팡연대를 구축한 만큼 연내 롯데, 홈플러스와 동맹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을 암시한 셈이다. 신세계와 네이버는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강력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으로 사업 협약을 맺고 최강 연합군을 결성한다"며 "온·오프라인 유통 최강자로 재탄생, 유통 시장을 압도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온·오프라인 커머스 영역 확대를 비롯해 물류 경쟁력 강화,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중소셀러 성장 등 유통산업 전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자존심을 구긴 롯데그룹이 향후 어떤 전략을 통해 유통공룡의 자존심을 회복할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