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쿠팡이 상장 이후 물류센터 투자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본격적인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올라섰고 네이버와 11번가 등 경쟁업체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예고된 가운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쿠팡 창업자이며,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김범석 의장이 글로벌 경영 집중을 위해 국내 공식 지위를 모두 내려놓는 등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포스트 김범석' 시대를 앞두고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는 예기치 않은 돌발 악재다.
이번 물류센터 화재 사고 직후 쿠팡 소비자 일각에선 회원 탈퇴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포스트 김법석' 시대를 앞두고 신세계의 도전과 물류센터 화재 등 2대 돌발 악재를 만난 쿠팡이 어떠한 '위기극복'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쿠팡, 올해 물류센터 투자계획 1조원 돌파...상장 후 공격경영 지속=쿠팡이 올해 국내 물류센터 신규 투자로 발표한 누적 투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고용창출 효과는 직접고용으로 약 9500명, 신규 물류센터 전체 면적은 축구장 100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쿠팡은 지난 17일 총 2200억원을 투자해 17만 제곱미터 규모의 물류센터를 부산 강서구에 건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부산광역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체결했다. 이번 부산 물류센터 투자 협약은 3월 전라북도, 4월 경상남도, 5월 충청북도에 이어 올들어 네번째로 발표된 쿠팡의 국내 투자 계획이다.
그간 발표한 누적 투자금액은 1조 200억 원 이상이며 직접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9500여 명에 달한다. 물류센터 건물들의 연면적을 합치면 70만 제곱미터를 넘어선다. 7000 제곱미터 넓이 축구장 100개와 맞먹는 규모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부산에 건립될 물류센터는 신항만과 인접해 입지적인 강점이 뛰어나 쿠팡의 해외진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부산 지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들의 사업 지원을 확대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번 쿠팡의 물류센터 투자는 김범석 의장이 국내 공식 지위를 내려놓고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기로 한 이후의 첫 투자였다.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쿠팡의 새로운 시대가 개막하게 된 셈이다.
쿠팡에 따르면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최근 의장직과 등기 이사에서 모두 사임했다. 앞으로 미국 증시 상장법인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하며 해외 진출 등 글로벌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쿠팡 아이엔씨는 한국 쿠팡 주식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쿠팡은 최근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 나카노부 지역에서 쿠팡 앱 서비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김범석 창업자가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쿠팡은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 등기이사로는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과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이 선임됐다. 이사회 의장은 강한승 대표가 맡는다. 신규 선임된 전 부사장은 쿠팡의 핵심 경쟁력인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유 부사장은 쿠팡케어로 대표되는 근로자 안전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준희 부사장은 구글(Google), 우버(Uber) 등 세계적 IT 기업을 거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현재 로켓배송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유인종 부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안전관리 분야 출신으로는 처음 임원에 오른 산업안전 전문가로, 쿠팡의 안전관리 및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기존 강한승, 박대준 각자대표 체제에 새로운 이사들이 합류함에 따라 쿠팡 이사회의 부문별 전문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한승 신임 쿠팡 이사회 의장은 “쿠팡은 지난 10년 동안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기존에 없던 혁신적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창출했고, 배송인력 직고용 등으로 택배물류업계 근로 환경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왔다”며 “앞으로도 더욱 공격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 서비스 혁신으로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신세계 이베이 인수로 단숨에 이커머스 빅3 등극=쿠팡이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가운데 국내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 빅3에 올라서면서 쿠팡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 본사는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그룹을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미국 이베이 본사가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로 거래 금액은 약 4조원으로 알려졌다. 이중 신세계가 80%, 네이버가 약 20% 가량의 금액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신세계그룹은 단숨에 이버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2위로 도약하게 된다.기존 SSG닷컴 3조9000억원과 이베이코리아 20조원을 더해 거래액 기준 24조원 규모의 이커머스 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네이버까지 합치면 거래액 5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이커머스 연합이 탄생하게 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시장점유율 약 12%를 차지하는 네이버·쿠팡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3위, 오픈 마켓으로는 1위 업체다.
최근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로 다시 강조되고 있는 쿠팡의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도 쿠팡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위해 넘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공정위 총수지정을 피하기 위해 국내 공식 지위를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고, 이번 화재사건과 관련한 쿠팡의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불매 운동 조짐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쿠팡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쌓여가던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이번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탈퇴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분위기다.
◆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건으로 쿠팡 노동환경 다시 수면위로...김 의장 사퇴도 비판 목소리=쿠팡이 지금과 같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가장 많이 지적받은 것은 물류센터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였다. '빠른 배송'을 강조하다 보니 물류센터 근무자들에게 지나친 노동을 강요한다는 문제 제기였다.
쿠팡은 지난해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당시 보건당국이 마스크 착용과 환기, 소독 같은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외부 요인에 원인을 돌리며 반발해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졌다.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화재 위험 등을 제기했는데도 회사 측에서 안일하게 대응해 결국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 지회는 "화재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사고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김범석 창업자가 최근 한국 쿠팡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 사실이 알려지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범석 창업자는 산업재해로 인해 노동자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해도 한국 쿠팡에서 아무 직위가 없는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앞서 지난 5월에는 미국 국적임을 내세워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김범석 창업자는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상장법인 쿠팡 아이엔씨(Inc.)의 의결권 76.7%를 갖고 있지만 총수 지정에 따른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쿠팡 측은 이날 화재 현장에 고립됐던 김동식 구조대장의 순직 소식이 전해진 뒤 임직원 일동 명의로 애도를 표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어 "순직하신 소방관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며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