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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외국인 '금융앱' 서비스 어디까지 왔나

국내거주 외국인 300만명...금융권 '블루오션'으로 떠올라
16개 언어로 조회·송금·상담...환전·금융상품 확대 등 보완 필요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금융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것은 개인고객 확보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윤종원 기업은행장, 작년 4월 취임 100일 서면 기자간담회)

 

국내 거주 외국인 3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전체 인구의 5.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를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이 꾸준히 늘고 있어 2030년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이 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가 은행권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구 소재 시중은행 영업점 한 직원은 "최근 몇 년 새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계좌개설, 인터넷뱅킹 가입 등을 위해 영업점을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얼마 전 '고객알기제도'가 도입돼 국가별로 가입 절차가 조금씩 다른데도 이미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주변 외국인 지인을 통해 가입 시 필요한 외국인 등록증, 임대차 계약서, 본인 명의의 휴대폰까지 준비해 오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의 금융앱 서비스 이용이 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주요 은행 6곳은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의 모바일 거래를 위해 현재 10~16개(한국어 포함) 언어로 간편인증, 계좌조회, 거래알림, 해외송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주요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은 앱을 통해 큰 불편 없이 간단한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다.

 

A은행 금융앱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평가 및 리뷰'에 "경기도에서 군무(근무)하는 외국인 임니다(입니다). OOO은행이 월급통장 임니다. 그리고 씀니다(씁니다). 말 000어가 나와서 좋습니다! 지점 안가서 너머(너무) 편함니다(편합니다). 감사함니다(감사합니다)"라고 후기를 남겼다.

 

 

6대 은행 모두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상대로 조회·송금·알림 등 간단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만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단기간 내 국내 체류 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 시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주요 은행 6곳 중 절반인 국민·우리·농협은행은 모바일을 통해 각각 10개 언어(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태국어·몽골어·인도네시아어·러시아어·캄보디아어)로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스타뱅킹' 앱 언어 변경을 통해 계좌조회, 이체,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우리 글로벌 뱅킹' 앱에서 조회, 해외송금 서비스 외에 외국인 특화·일요 영업점을 안내하며 무료 국제통화, 우리말 배우기, 한국문화 탐방 등의 부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스마트 뱅킹' 내 언어 변경을 통해 간단한 조회, 이체 업무 외에 환율 등의 정보도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쏠(SOL)글로벌' 앱을 통해 12개 언어로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업점 방문 없이 휴대폰 인증, 신분증 촬영 등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으며 거래외국환은행 지정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국가별 해외송금 입력 정보를 최소화 했으며 외국인 고객이 간편하게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외국인 고객에게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이지(Hana EZ)' 앱을 통해 위 10개 언어 외에 6개 언어(미얀마어·필리핀어·스리랑카어·방글라데시어·네팔어·우즈베키스탄어)를 지원한다. 6대 은행 중 최다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앱 서비스 기획부터 외국인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공인인증서 발급을 생략하고 복잡한 인증절차를 간소화했다. 특히 365일, 24시간 이름 입력만으로 전 세계 55만 제휴 가맹점에서 5분 내 금액 수취가 가능한 '저스트(Just)송금' 서비스를 주목할 만한다. 2015년 외환은행과 합병 후 외환은행의 외국인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외국인 전용 서비스에 집중한 것이 모바일을 통해서도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아이원(i-ONE) 뱅크 글로벌' 앱을 통해 15개 언어로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은 비대면으로 계좌개설과 전자금융 가입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AI) 해외송금'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외국인 고객은 송금 국가와 금액 입력 후 가장 빠르고 저렴한 해외송금 방식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처럼 외국인 고객은 국내 은행앱을 통해 웬만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은행들이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환전' 기능이 꼽힌다. 6대 은행 가운데 외국인에게 환전 서비스를 모바일로 제공하는 곳은 절반가량이다.

 

B은행 글로벌 앱을 이용하는 한 외국인은 "계좌조회, 국내외 송금 등의 간단한 서비스는 모든 한국 은행이 제공하고 있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앱에서는 환전을 신청할 수 없어 거래 은행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객이 가입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의 가짓수도 넓혀야 한다. 현재 은행 2곳만이 외국인에게 모바일로 예·적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의 경우 해당 외국인이 근무하는 기업, 거주하는 지역사회와의 거래와도 연관 지을 수 있어 외국인 전용 모바일 플랫폼 확대는 내부적으로도 중요하게 보고 있는 사안"이라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상품과 서비스 등을 확대해 해당 고객군을 잡고자 하는 은행들의 움직임은 갈수록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