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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아니 아니죠~ '디지털 컴퍼니'입니다

조직 신설·AI 집중·이종업체 협력 등 추진방식 다양
기존 업무 넘어 속도내는 전방위적 '디지털기업' 전환

 

[FETV=권지현 기자] "디지털 금융의 시대, 열정과 패기를 갖춘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키워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디지털 인재가 되어 달라"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에서나 들릴 법한 이 말이 나온 곳은 어디일까. 국내 금융시장을 이끌고 있는 은행이다.

 

시중은행들이 '은행'을 넘어 전방위적 '디지털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움직임은 몇 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비금융업을 아우르고 인공지능(AI) 도입에 힘쓰며 이종산업의 디지털 서비스를 들이는 등 기존 사업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은행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들 간의 1, 2위 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은행의 경쟁자는 막강한 디지털 기술력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금융·비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공룡 핀테크인 만큼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기존 은행업 프레임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본격적으로 비금융 신사업을 추진하고자 'O2O 추진단'을 만들었다. 'O2O'(Online to Offline)는 전자상거래·마케팅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은행권에서 비금융 사업의 본격 진출을 공식화한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이 추진단을 '은행이 갖고 있는 각종 레거시(과거로부터 물려 내려온 낡은 기술·방법론)에 구애받지 않는 은행 안의 스타트업'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틀을 넘어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을 절실히 원한다는 방증이다.

 

신한은행은 이 추진단을 통해 기존 금융업 카테고리를 뛰어넘어 고객 생활과 밀접히 연결된 사업을 속도 있게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고객이 금융거래를 위해 신한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했다면 앞으로는 금융·비금융 데이터 기반의 다방면 거래를 위해 앱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기업으로의 역량을 높이고자 'AI 전환'에 역점을 뒀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와 손잡고 AI 가상 상담 서비스와 같은 신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당장의 국민은행 AI 현황을 진단한 뒤 금융 특화 기술들을 다져 국민은행에 특화된 AI 기술 엔진을 자체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국민은행은 중장기 AI 기술 청사진 설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넷마블을 만나 업무협약(MOU)을 체결,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하나은행이 넷마블과 손잡은 이유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2030세대)를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디지털 자산관리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나은행은 이번 만남으로 금융과 게임을 연계한 금융 콘텐츠를 개발, 디지털 채널을 이용한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며 향후 함께할 공동사업도 발굴하기로 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이번 제휴는 은행들이 이종산업이자 대표적인 디지털 산업으로 꼽히는 게임업계와 본격 손잡고 기존 '은행 방법론'을 벗어나기 위해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하나은행의 제휴로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개 시중은행 중 절반이 게임사와 디지털 관련 미래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신한은행이 넥슨과 함께 금융과 게임이 융합된 콘텐츠 개발, AI·데이터 기반 신규 사업모델 발굴, 미래 신사업 공동 추진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조직구조를 바꿨다. 개편안을 보면 IT전문 기업을 방불케한다. 먼저 우리은행은 기존 디지털전환(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격상, 디지털 영역별 전문화된 업무수행을 위해 그 아래 디지털금융단과 DI추진단을 신설했다. 각각 디지털금융과 신기술 영역을 전담한다. DI추진단 내에는 빅데이터·AI 관련 개발업무를 담당할 D&A플랫폼부와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발굴할 단장 직속 신기술연구팀을 신설했다. 뱅킹앱연구팀을 만들어 신기능 개발·생활금융 서비스 제공도 추진한다. 우리은행은 개편된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외부에서 디지털 전문가도 영입했다.

 

한편 은행들의 이와 같은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 태세는 향후 인력 충원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직원 채용에서 IT·데이터 부문 채용 규모를 늘렸으며, 우리은행은 경영기획·지원 부문 등을 제외하고 IT·디지털 부문 채용을 실시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지난달 열린 신입행원 특강에서 "열정과 패기를 갖춘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키워 농협은행을 이끌어 나가는 디지털 인재가 되어 달라"며 "여러분들 중에서 미래의 농협은행장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