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창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응 방향이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으로 선회하면서 셀트리온의 ‘코로나 특수’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진단키트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받은 치료제 ‘렉키로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의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고 국내 CMO(위탁생산)사가 해외 백신의 생산을 맡게 되는 등 코로나19의 진단이나 치료보다는 예방에 방점이 찍히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이 보유한 코로나 진단키트와 치료제에 대해서도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말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힌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는 이후 타사 제품에 모델명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치료제 렉키로나는 2월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치료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의료 현장 사용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특수’가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셀트리온의 시총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성장 동력을 제시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코로나19 대응, 진단·치료에서 예방으로 선회…백신 잇단 도입= 코로나19 발발 이후 국내에서는 진단키트를 활용한 확진자 감별 위주의 방역 정책을 펼쳐 왔다. 빠른 검사와 확진자 사후 조치 등은 우수한 의료 체계와 맞물려 코로나 발생 초기 큰 확산을 막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대응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글로벌 유수 제약사들은 백신과 함께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셀트리온 역시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 올해 2월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의 조건부 허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복수의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완료하면서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백신 접종이 가속화했다. 국내에도 접종이 진행 중이며 순차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얀센 등의 백신이 도입됐거나 들어올 예정이다.
◆ 셀트리온 코로나 진단키트·치료제를 둘러싼 논란= 코로나 백신의 확산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기조가 진단·치료에서 예방으로 선회하면서 그간 거칠 것 없던 셀트리온의 전진세도 주춤한 모습이다. 물론 예방 백신이 있어도 초기 증상 진단이나 확진자의 치료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나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에서는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셀트리온이 판매·개발하는 코로나 진단키트와 치료제에는 논란도 따라다닌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3일 ‘코로나 자가검사키트 식약처 조건부 허가 획득’ 제하의 보도자료를 냈다가 반나절만인 오후 5시쯤 ‘조건부 허가가 아니라 모델명 추가를 허가받은 것’이라는 번복 자료를 낸 바 있다.
처음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당시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이 새로운 방식으로 신규 진단키트 허가를 받았다는 해석이 확산하면서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5시쯤 셀트리온은 추간 보도자료로 “해당 제품(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에 대해 셀트리온이 4월 30일 자로 별도 허가를 획득한 것이 아니다”며 “기존 휴마시스의 허가에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라는 모델명을 추가해 국내 판매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가 개발한 신제품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이미 허가를 받은 휴마시스 제품에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단 뜻이다.
셀트리온 측은 당시 ‘단순 착오로 인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으나 시장에서는 주식시장 개장 직전 허위 자료를 냈다가 장이 마감하자 이를 철회한 자료를 낸 것은 투자자를 속인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에 셀트리온은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 렉키로나는 지난 2월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렉키로나의 효능과 범용성을 두고도 의학계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렉키로나의 투여 대상은 중등증 환자 및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경증환자로 제한된다. 식약처는 국내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경증환자에 대한 효능은 인정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사용은 제한된다. 사용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일부 의료진은 현장에서 렉키로나를 투약하기가 어렵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 셀트리온 시총, 5위→10위로…“장기 성장 동력 필요”= ‘코로나 특수’에서 더 이상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셀트리온의 주가 상승세도 꺾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현재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37조 8581억원으로 코스피 10위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만 해도 코스피 시가총액 5위권까지 올랐지만 백신 접종이 확산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시장에서의 모멘텀 회복을 위해서는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줘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인 렉키로나주의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판단하는 만큼 단기 실적 가시성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실적 고성장세를 이끌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