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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이 '배당'을 축소하는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 vs 오너 지배력 강화

 

[FETV=이가람 기자]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그룹 3사의 배당 축소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그동안 '고배당주'로 손꼽혀 온 종목들인 만큼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의 혼란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은 지난주 나란히 같은 내용의 공시를 냈다. 앞으로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10%를 배당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들 기업의 최근 3년간 배당성향은 메리츠금융지주가 66%에 달한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도 35%를 넘겼다.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6배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주가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메리츠금융지주는 주당 1만72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말 1만9600원으로 2만원대를 넘보고 있던 주가는 이번 주 들어서만 12%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는 2만1150원에서 1만7550원으로 17% 넘게 주저앉았다. 메리츠증권은 4880원에서 4260원으로 12.7% 빠졌다.

 

투자자들은 호실적 달성에도 배당을 축소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1분기 메리츠금융지주는 32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증가한 1304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증권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6.8% 급증한 211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성적이다.

 

증권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전환했다. 목표주가도 각각 1만7000원과 4000원으로 내렸다. 약 20% 하향한 금액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배당수익률이 주요 투자 포인트였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업 가치 자체가 훼손되는 것은 아닌 만큼 명확한 자사주 관련 사항이 구체화되면 다시 목표주가를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강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고 상속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일찌감치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 중인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면 자연스럽게 대주주 지분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조정호 회장이다. 조 회장의 지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72.17%다. 여기에 메리츠증권 지분 0.92%도 들고 있다. 장녀인 조효재 씨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은 0.05%로 확인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지분을 각각 56.09%와 47.06% 보유하고 있다.

 

또 주가가 급락하면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게 돼 자사주 매입은 물론 메리츠금융지주 주식과의 교환 방식 등을 통해 메리츠화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에도 유리해진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과거 세 차례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메리츠증권도 지난 3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조 회장이 상속을 염두에 둘 정도로 노쇠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 규모에 따라 조정된 배당률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이 있다”며 “배당률을 낮추는 대신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자사주 매입 규모 및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나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