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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순자본비율 개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대형증권사 NCR, 평균 1033%...전년比 242%p↑
"투자 축소·자본 관리 실패" vs "실적 증대·코로나 국면 고려해야"

 

[FETV=이가람 기자] 지난해 역대급 증권시장 호황에 힘입어 증권사들의 자본과 실적이 증가하면서 재무구조도 덩달아 개선됐다. 이를 두고 자본시장에서는 '건전성 제고 성공'과 '자금 관리 실패'라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NCR)은 지난 2019년 말 791.8%에서 지난해 말 1033.4%로 241.6%p 상승했다. NCR은 증권사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손실흡수능력을 의미한다. NCR이 450%를 넘어서면 우량회사로 분류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150%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NCR이 2034.1%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한국투자증권(1829.9%), 신한금융투자(1677.7%), 메리츠증권(1659.6%), 삼성증권(1515.8%), KB증권(1474.1%), NH투자증권(1226.0%), 하나금융투자(1214.6%), 키움증권(973.4%), 대신증권(483.1%) 등이 따랐다.

 

중소형증권사 중에서는 유화증권이 눈에 띈다. 유화증권의 NCR은 지난해 974.9%에서 1002.4%로 조정됐다. 자기자본 규모가 많게는 6배 넘게 차이 나는 키움증권과 대신증권보다도 높은 수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한 결과 NCR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올해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전년보다 투자 활성화가 이뤄질 전망이라 이에 따라 NCR이 다소 변동될 수는 있으나 건전성 관리에는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NCR 개선에 집중했다. 지난 한 해 메리츠증권의 상승세가 832.4%p로 가장 가팔랐다. 삼성증권(640.2%p), 한국투자증권(569.8%p), 키움증권(510.5%p), 신한금융투자(460.3%p), 미래에셋증권(306.0%p), KB증권(275.4%p), 하나금융투자(192.9%p), 대신증권(91.3%p) 등도 분발했다. 반면 NH투자증권만 81.7%p 하락했다.

 

이 기간 증권사들의 자본 증가폭은 17.85%로, 총위험액 증가폭인 7.07%를 크게 상회했다. 전체 자본 중 유동성이 낮은 영업용순자본이 많고 고위험 상품 출자금 및 대손충당금 등을 포함하는 총위험액이 적을수록 NCR은 향상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심화되고 부동산 및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이 보수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지킨 것으로 추정된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고와 미국 라스베가스 리조트 개발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필연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비용이 존재할 경우 미리 쌓아두는 자금인 충당부채가 1년 만에 285억원에서 2622억원으로 10배 가까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그럼에도 NH투자증권이 1000%대의 NCR을 유지하고 있어 재무건전성 확보에 소홀했다고 여기기는 어렵다”며 “NCR은 떨어졌지만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이 5700억원대에 달해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NCR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며 증권사들의 자산관리부문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자금을 가지고 있지만 리스크가 거의 없는 투자에 집중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도 된다”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거나 운용 능력이 퇴화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