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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 '불가리스 사태'에 고개숙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회삿돈 유용 의혹' 홍진석 상무 지난달 보직해임
이광범 대표 전일 사임..."모든 책임 지고가겠다"

 

[FETV=김윤섭 기자] 마침내 남양유업 오너인 홍원식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로 고개를 숙였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 4일 대국민 사과에 나선다.  '불가리스 사태'로 악화한 여론를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도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3일 사의를 밝혔고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는 보직해임된 상태다. 홍 회장은 앞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본인 명의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다만 앞서 두 번 모두 직접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 '불가리스'로 뜨고 '불가리스'에 역풍...홍 회장 내일 대국민 사과=남양유업에 따르면 홍 회장은 4일 오전 10시 본사 대강당에서 현재 사태에 대한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불가리스 사태가 터진 지 22일 만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회장의 입장 발표에는 사과의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엔 경영진 교체 등 남양유업 쇄신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사퇴 등 경영진 전반의 물갈이도 예견된다. 이번 논란은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박사는 "불가리스 섭취 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줄이고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물실험과 임상실험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자사 제품이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심포지엄 당일 8.57% 급등했고 불가리스 품절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식약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계속되는 등 논란이 불거지자 하락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연구결과를 성급히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을 고발 조치하고 지난 15일 세종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남양유업이 사과문을 통해 심포지엄 과정에서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 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의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일으킨 점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남양유업 불매를 알리는 글이 이어지는 등 여파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 이광범 대표 사의 표명..."모든 책임 지겠다"=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3일 오전 임직원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불가리스 사태의 파장이 커지며 남양유업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 악화로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대리점주들도 단체 행동도 예고했다. 전국대리점주협회는 지난 달 29일 이 대표 퇴진과 대리점 정상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국 모든 대리점이 주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본사 측에 전달했다.


한편,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 상무는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지자 보직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아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해당 의혹의 사실관계 여부는 현재 조사 중"이라며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차원에서 우선 보직 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