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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수수료 부과부터 잠적까지"...'주식리딩방' 투자자 피해 확산

법정 분쟁 시 구제 받기도 힘들어

 

[FETV=이가람 기자] 최근 주식 투자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 입문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접근해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주식리딩방’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리딩방은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 불법·불공정 유사투자자문업을 의미한다. 자칭 투자 전문가들이 거래 종목을 선별해 매수·매도 타이밍을 지정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희소성 있는 정보와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유료 회원을 모집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000만개 수준이었던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지난달 말 기준 4022만1075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나 다름이 없었던 증권시장에 청년층은 물론 미성년자까지 유입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국민이 주식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이렇듯 투자자 수가 증가하면서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한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불법 리딩방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컨설팅 내용이 허황됨은 물론 이용료 환불이나 투자금 상환을 요청해도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앞세워 소송을 제기하거나 연락을 두절하는 등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피해자 A씨는 올해 들어 주식을 시작했다. 증권계좌를 만들고 비상금을 털어 넣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설치했으나 어떤 종목을 매매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 A씨에게 유사투자자문업체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수익률 200%가 예상되는 호재가 있으니 즉시 상담 신청을 하면 알려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솔깃했다.

 

A씨는 담당자와 통화를 했고 할인 중이라는 VIP 회원권을 결제했다. 2년에 600만원짜리였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서너 달이면 벌어갈 수 있는 돈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A씨는 보름 동안 손해만 봤다. 늘 타이밍이 조금씩 늦는 리딩에 대한 불신도 생겼다. A씨는 환불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거절했다.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카드회사에 결제 취소를 신청했다. 얼마 뒤 A씨는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았다. 업체 측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이었다.

 

피해자 B씨는 지난해 말 주식 커뮤니티 회원의 소개로 한 리딩방에 가입했다. 금융투자 관련 자격증도 있는 전문가가 리더로 있다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었다. 채팅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빨간불이 켜진 거래 내역을 캡처해 전송하면서 리더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진짜 고급정보는 회원방에서만 공유된다며 가입을 추천하는 리더의 말에 B씨는 300만원을 지불했다. 불만족 시 환불해 주겠다는 약정도 받았다.

 

그러나 B씨는 가입한 지 나흘 만에 시드를 전부 잃고 환불을 요청했다. 이 정도 손해는 인생 수업료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리더는 위약금, 회원 등록비, 동영상 강의료를 제외한 50만원만 돌려줄 수 있다고 통보했다. 금융당국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정식 등록이 돼 있는 곳이라 분쟁에서 항상 이겼다며 마음대로 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피해자 C씨는 어느 날 걸려온 전화를 받고 유사투자자문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투자금을 맡기면 전문가가 운용해 준다는 곳이었다. 업체명이 어느 유명 증권사와 비슷해 계열사인 줄 알았다. 은행·저축은행·캐피탈 등 금융회사가 대출 상품에 대한 광고성 문자를 전송하고 콜센터 직원들이 전화를 걸어오는 것처럼 증권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업체는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매매 동향을 확인할 수 있고 일정 수익률을 달성한 이후로는 언제든 출금이 가능하다고 했다. C씨는 매일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수익률을 확인했다. C씨의 투자금은 차곡차곡 불어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홈페이지 접속이 되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로는 없는 전화번호라는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C씨는 그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해자 D씨는 웹사이트를 이용하다가 한 기사를 클릭하게 됐다. 100만원밖에 없었던 청년이 몇 년 만에 주식 투자로 1억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청년의 인터뷰에는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준 리딩방 링크가 첨부돼 있었다. 구성이 기사와 흡사해 광고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D씨는 홀린 듯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100만원을 송금하자 보안성을 이유로 텔레그램 채팅방이 개설됐다. 운영자가 시키는 대로 몇 종목을 매수했지만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곤두박질쳤다. 의문을 제기하니 운영자는 대화방을 없애버렸다. 고작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 신고는 2016년 768건에서 지난해 1만318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피해 금액은 2016년 4억7830만원에서 2019년 106억3865만원으로 22배 이상 불어났다. 피해 구제 신청도 2017년 475건에서 2019년 3237건으로 폭등했다. 피해 호소 민원 역시 올해 1분기에만 약 580건이 접수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피해 신고와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1105건에 달하는 무인가 금융투자업자의 홈페이지와 광고를 적발했고, 지난달까지 692개의 유령·법규위반업체를 직권말소했지만 여전히 투자자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문업자가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이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은 불법”이라며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구제 받기 어려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