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20초 내에 보험료 조회, 5분 안에 심사, 사진 1장·질문 하나로 가입...'
요즘처럼 보험사들이 '속도' 경쟁에 나섰던 시기가 있었을까. 보험사들이 상품에 속도를 접목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상 보험은 대표적인 대면·장기 상품이라는 점에서 보험사들의 이 같은 노력은 특히 눈에 띈다. 비대면·디지털이 대세를 넘어 당연시되는 요즘, 보험사들이 속도전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5분 이내로 간편하게 보험 가입심사를 받을 수 있는 '디지털진단 서비스'를 선보였다. 핀테크와 협업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이력을 확인,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 기존에는 병력이 있는 사람이 보험에 가입하거나 건강한 사람이 보험료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평균 5일가량이 소요됐으나 삼성생명은 보험 가입, 보험료 할인 등의 절차를 5분 이내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2가지 질문으로 가입할 수 있는 종신보험을 내놓았다. 소수의 질문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그동안 종종 출시됐지만 종신보험에까지 이를 적용한 것은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이에 고령자와 유병력자도 해당 질문만 통과하면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달에는 교보생명도 고령자·유병자를 위해 2가지 질문에 답하면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암 보험의 경우에는 '1가지 질문'이 업계 흐름이 됐다. AIA생명은 지난 1월 1가지 질문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을 출시했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도 특정 질문만 통과하면 최대 80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간편'이라는 소비자의 필요를 정확하게 간파한 이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8000건 이상 판매됐다. NH농협생명과 라이나생명도 질문 하나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을 선보였다.
삼성화재는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쉬운 '숫자'를 활용해 빠르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335-1'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335는 3개의 질문을 통과하면 가입 가능하다는 뜻이며, 1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5년 내 다른 중대 질병 고지 없이 암 하나만 확인한다는 의미다. 악사(AXA)손해보험도 간편 고지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더라도 2가지 질문만 통과하면 서류 제출과 건강진단 없이 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반려동물의 사진 한 장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반려동물 보험을 내놓았다. 사진 1장이면 보험료 산출도 가능하며 최대 5마리까지 한 계약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KB손보가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출시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이 '속도'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을 등록해야 했으며, 두 마리 이상을 위해 보험에 가입할 경우 같은 과정을 두 번 이상 거쳐 각각 다른 보험에 가입해야 했다.
보험사의 속도 전쟁은 상품뿐만 아니라 보험 심사 등 고객 서비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ABL생명은 이달부터 전국 68개의 영업점의 대면 고객서비스 업무를 종료하고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했다. 이에 ABL생명 고객은 보험 계약해지, 대출, 보험금 신청, 계약자 변경 등의 각종 업무를 앱 등을 통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앞서 ABL생명은 업계 처음으로 화상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이 모바일을 통해 전문 상담원과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하며 원하는 업무를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이달 '청구의 신' 앱을 통해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앱에 접속해 보장 내역을 확인한 후 청구서를 작성하면 병원 이용 정보 등이 메트라이프생명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현재 24시간 내에 보험금이 지급되고 있으나 메트라이프생명은 이를 1시간 이내로 단축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는 사망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보장에 대해 적용된다. 보험사들이 기존에 선보인 보험금 간편청구 서비스는 실손보험에만 적용됐었다.
하나손해보험은 전 국민 플랫폼 카카오톡을 통해 빠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은 카카오톡 채팅 방식으로 보험 가입, 계약관리, 사고접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 신규·갱신 가입은 물론 운전자보험, 암보험의 보험료 계산·가입이 가능하다. 특히 서비스 속도가 눈에 띈다. 보험료 산출의 경우 운전자보험은 20초, 자동차보험 갱신보험료는 1분 안에 처리 가능하다.
대형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간편·디지털'은 상품을 개발할 때부터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소"라며 "최근 보험사들이 빅테크·핀테크와 협업하거나 자체 디지털 인력 확충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어서 앞으로 보험사 간 속도 전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