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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신남방정책 변수는 ‘춤추는 환율’

작년 해외사업환산손실 5820억원...자본차감 요인 작용
계속되는 해외사업 확장 속 환율 위험 대비 필요성 부각

 

[FETV=유길연 기자]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동남아 시장 확대에 속도가 붙는 가운데 환율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작년 주요 금융지주들은 해외사업장은 환율 변동으로 인해 6000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해외사업환산손실은 5820억원이다. 불과 1년 전에는 3383억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작년에는 손실로 전환됐다. 신한금융의 해외환산손실은 1614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컸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1058억원)에는 4대 금융지중 중 가장 많은 이익을 거뒀다. 이어 하나금융이 1441억원의 손실을 냈고 우리금융(-1535억원), KB금융(-1230억원)도 각각 손실 전환했다. 

 

'해외사업환산손익'은 금융지주가 해외사업장(해외법인, 지점, 관계기업)의 자산과 부채·자본, 수익과 비용을 현지 통화에서 원화로 환산할 때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말한다. 해외사업장의 자산·부채(각 년도 말일 환율), 자본(사업장 인수 당시 환율), 수익·비용(해당 연도 평균 환율) 등을 원화로 환산할 때 각기 다른 환율을 적용하는 문제로 발생하는 대차 차이를 맞추기 위해 이익과 손실을 인식하는 항목이다. 차변(자산)이 대변(부채, 자본)보다 작으면 손실, 차변이 대변보다 크면 이익이 된다. 

 

 

금융지주의 작년 해외사업환산손실이 커진 이유는 하반기 원화가치가 올라가면서 주요 진출지역인 동남아국가의 환율이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동남아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화폐가치도 하락했다. 환율하락세로 인해 작년 말일 환율이 크게 내려가면서 해외사업장 자산의 값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반면 작년 평균환율은 말일 환율보다 더 높았기 때문에 자본의 이익잉여금에 포함되는 순익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대표적인 진출 국가인 베트남 환율(원·베트남 동)은 작년 4월 100동 당 5.33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작년 12월 4일 4.69원까지 내려앉았다. 인도네시아 등 다른 주요 동남아국가의 상황도 비슷하다. 

 

해외사업환산손익은 당기순익으로 포함되지 않아 금융지주의 한 해 실적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돼 누적 액수는 자본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잡혀 자기자본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금융지주가 기록한 해외사업환산손실의 규모만큼 자본이 감소했다. 

 

이에 해외사업 확장으로 인한 환율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직은 해외사업환산손익의 변동폭이 크지는 않지만, 해외사업의 확장에 따라 변화 규모가 커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금융지주의 손실흡수력을 측정하는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도 금융지주는 해외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섰던 KB금융은 올해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최근 씨티은행의 동남아 리테일 사업 부문 인수를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나·우리금융도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자본관리에 문제를 거의 겪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은 해외사업 확장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