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실적 부진을 뒤로하고 잇따른 수주 ‘낭보’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선사들의 발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목표 수주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다만, 일감을 확보한 만큼 이를 이익에 반영해야 하지만 선가부담과 환율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실적 개선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현대중공업]](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415/art_16182738547568_184f73.jpg)
◆사업보고서 뜯어보니...조선3사 실적 악화=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14조9036억원, 영업이익은 7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1.8%, 74.3% 감소한 것으로 4분기에는 1809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는 매출 감소로 고정비가 증가했고 환율하락으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영업손실이 확대되면서 영업이익률은 1.91%에서 0.50%로 떨어졌고 부채비율은 93.8%에서 103%로 확대됐다. 단기차입금만 3조7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 늘어난 영향이 컸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순현금흐름은 -899억원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130억원에서 8351억원의 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이는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가 모두 당기순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손실액은 2019년 대비 3400억원 이상 줄어든 -4314억원,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590억원, -310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뛰고 수주도 ‘청신호’…올해는 다를까=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수주 늪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연말부터 수주 물량을 쓸어 담아 목표(110억 달러) 수주량 가운데 91%를 달성했다. 올해에는 149억 달러로 목표치를 높여 잡았는데 1분기에만 68척에 달하는 55억 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를 수주해 37%를 달성했다.
선사들의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예상 발주량은 지난해(2044만CGT) 대비 54.1% 증가한 3150만CGT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전망 대비 32% 이상 상향조정한 수치로 조선산업의 회복세가 금년에는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지난달 26일, 수에즈 운하의 영향으로 13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1만3500원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1월13일 이후 처음으로 13만원을 넘겼다. 전날에도 13만1500원을 기록해 지난 2019년 초 이후 2년 만에 1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7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전년 동기대비 40% 가량 감소한 수치로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수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산업 특성상 수주했던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려면 1~2년의 거치기간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중공업]](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415/art_16182738673146_286309.jpg)
선가도 큰 부담이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팬테믹(대유행)이 겹치면서 선가는 최대 10% 하락했다. 올해 들어 신조선가지수는 6번 연속 상승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32p를 기록했지만 금융위기 직전 신조선가지수가 190p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신조선가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를 뜻한다.
통상 선사와 조선사 간 수주 계약은 달러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가를 높이기 위해 고환율이 형성돼야 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원·달러 환율은 1125원으로 올해 첫 거래일이던 1월4일(1082원) 대비 4%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 환율은 1000~1100원대로 수주시점 선가와 환율의 괴리가 발생해 한국조선해양은 당시 15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설정한 바 있다. 환율이 여전히 낮은 만큼 목표마진율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슬롯(도크 확보)을 채우기 위한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 양상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돼 선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민영조선소인 양지장조선은 2024년까지 인도 슬롯 계약을 모두 완료했고 중국의 COSCO(코스코 쉬핑 라인스)와 OOCL(오리엔트 오버시즈 컨테이너 라인)은 컨테이너선 대형 계약을 맺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