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그야말로 전쟁 분위기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 상장한데 힘입어 국내 이커머스 유통업체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베이코리아의 예비 입찰이 당초 기대치를 웃도는 관심을 모으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카카오가 최종적으로 불참했지만 전통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와 롯데에 이어 SKT가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또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도 예비 입찰에 참여하면서 4자 구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 전통 유통 라이벌 신세계, 롯데 이어 SKT, MBK 등 참전=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이 주관한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롯데, 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카카오는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유통채널이 있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경쟁사인 네이버에 크게 밀린다는 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평가됐었다. 그러나 5조원이라는 놈은 몸값과 카카오톡과의 시너지 효과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픈마켓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여기에 있는 판매자를 카카오 커머스 사업으로 유치하는 것 외에) 큰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네이버의 강력한 검색 플랫폼이 쇼핑과 잘 맞아떨어졌던 반면 카카오톡이 이베이코리아의 트래픽을 늘릴 힘이 있는가에 회의적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격변의 유통시장에서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로 재평가 받고 있다. 당초 5조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이 매각이 성사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쿠팡의 상장과 함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상장 직후 쿠팡 시가 총액이 100조원까지 치솟은 걸 감안하면 몸값 5조원은 오히려 저평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을 돌파하며 쿠팡, 네이버쇼핑과 함께 3강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알짜' 매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12%로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순간 쿠팡과 네이버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내세우는 핵심 경영전략인 문어발식 팽창보다는 각 분야별 내실 있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가 통했다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는 상품 소싱부터, 물류, 결제 서비스 영역까지 고정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효율적인 경영을 자랑한다. 특히 물류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CJ대한통운과 협약을 체결하고 효율적인 자사 물류처리 시스템을 구축한 점은 업계에서도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다.
또 16년이라는 시간동안 쌓아온 충성고객들도 이베이코리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료 회원제 스마일클럽을 비롯해, 스마일카드, 스마일배송, 스마일 페이 등 스마일 시리즈가 충성고객들을 락인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300만명을 넘어섰고, 스마일카드도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 신세계 네이버 동맹 이어 이베이 인수참여…SSG닷컴 키운다=유통·통신 대기업은 물론 사모펀드까지 뛰어들면서 예비 입찰은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국 증시 상장과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의 전략적 제휴 등 최근 업계 내 판도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대규모 자금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하면 유통업계의 기존 판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더해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지난해 10월 지분교환을 맺은 데 이어 이날 신세계그룹과도 지분 맞교환을 하며 동맹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상황도 위기감에 불을 지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6일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합의하면서 업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신세계그룹은 16일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만나 커머스, 물류, 멤버십, 상생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이번 사업 협약을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최강자로 재탄생, 유통 시장을 압도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이용 고객수는 신세계그룹 2000만명, 네이버 5400만명에 이르고, 양사 결합을 통해 45만명에 달하는 판매자수, 즉시/당일/새벽배송이 가능한 전국 물류망, 7300여 개의 오프라인 거점 등을 확보하게 돼 확고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2500억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진행한다. 이마트 1500억원, 신세계백화점 1000억원 규모로 네이버와의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양사간 결속과 상호 신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자사주 824,176주(지분 2.96%)를 네이버㈜ 주식 389,106주(지분 0.24%)와,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488,998주(지분 6.85%)를 네이버㈜ 주식 259,404주(지분 0.16%)와 맞교환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이번 사업협약을 통해 온∙오프라인 커머스 영역 확대, 물류 경쟁력 강화,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중소셀러 성장 등 유통산업 전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네이버와의 동맹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참여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동반성장 전략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지난해부터 SSG닷컴을 키우기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만큼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업계의 3강체제를 굳힐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에 달하고 지난 16년간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온 알짜 매물로 평가 받는다. 어느 기업이든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기만 하면 단숨에 시장 3위로 올라설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이커머스업체 거래액은 ▲네이버 (27조원) ▲쿠팡(22조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 ▲11번가(10조원) ▲위메프(7조원) ▲티몬(5조원) ▲카카오(4조6000억원) ▲SSG닷컴(3조90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 롯데, 롯데온 살리기 총력전...SKT 11번가 새로운 성장동력 '찜'=지난해 야심차게 사 유통계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합해 ‘롯데온’을 출범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롯데도 이베이코리아의 이러한 강점을 보고 예비 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임하면서 외부인사 영입 등 전반적으로 혁신을 예고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재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가장 화제였던 것은 SKT의 인수전 참여였다. 지난해 아마존과의 제휴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참여하면서 SKT가 11번가를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키우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오늘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 측에 예비입찰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커머스 영역에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이번 인수전 참여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커머스 키우기 전략의 일환이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유통 플랫폼인 아마존과 함께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협력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11번가에 이어 업계 3위인 이베이코리아(거래액 약 20조원)를 품을 경우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을 넘어 거래액 기준 국내 최대 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기업가치 강화를 위한 카드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매출 비중을 20%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온라인 강화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으나, 치열한 e커머스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시장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가 SK텔레콤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 경우 e커머스와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쿠팡의 상장, 네이버와 신세계의 연합 등의 영향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이 크게 흥행했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본입찰 과정도 남아있는데다 5조원에 달하는 몸값은 끝까지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관계자는 "실제 인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베이코리아 현황을 들여다보고 경쟁 업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참여하는 곳도 상당수일 것"이라면서 "5조원으로 추정되는 매각 희망가도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쿠팡의 몸값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설 가능성을 본 것이기 때문에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더라도 이는 다른 이커머스에 호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쿠팡이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며, 이는 경쟁사들의 도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전제 시장이 커지면 수혜를 받는 다른 유통업태와 달리 이커머스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이어 “11번가, 이베이코리아, 티몬, 위메프 등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이유가 없다”며 “이베이코리아 등 다른 이커머스들은 자체 물류망 등 유형 자산이 거의 없고, 성장도 거의 제자리 걸음이라 쿠팡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