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내년 금융권은 자산 성장이 정상화되는 가운데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빅테크 등 비금융회사의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내년 한 해는 금융권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5일 ‘2021년 금융산업 전망’을 내고 이와 같이 전망했다. 연구소는 경기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경제주체의 자금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규제 강화에 따른 가계대출의 증가폭은 둔화될 것으로 봤다. 반면,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대출 증가는 전 업권에 걸쳐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의 경우, 이자자산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비이자부문의 회복 부진과 대손비용의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건전성도 올해 연체율 등 각종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는 일부 착시효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은행권의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은행권에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경기민감업종을 중심으로 한 개인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취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종호 연구위원은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기간, 각종 규제비율 유연화 조치 등이 일단락되는 내년 6월 이후를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은행의 대손비용 증가도 문제지만 제2금융권의 부실화 가능성은 더 크다”고 우려했다.
비은행권에서는 증권, 보험, 자산운용업의 경우 수익성이 소폭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직접투자 선호에 따라 브로커리지 부문의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뉴딜정책 관련 투자 확대로 실적이 개선될 예상이다. 자산운용업의 경우 주식형 펀드 등 전통적인 투자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약화됨에도 불구하고 대체투자 중심의 성장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업은 초저금리 현상에 따른 이차역마진이 심화되고는 있으나, 변액보험관련 준비금 적립 부담 완화, 자동차보험 및 실손보험의 손해율 하향 안정화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이 예상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소액단기보험 등 신사업 부문의 점진적 확대는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내년은 금융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연구소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더욱 가속화되고 핀테크뿐만 아니라 소규모 특화 금융회사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연구소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입에 대한 규제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수 금융산업1팀장은 “내년에 지급지시전달업과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포함한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 그 동안 추진해온 오픈뱅킹이 마무리되면서 기존 금융회사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라며 “기존 금융회사도 혁신서비스 개발을 통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