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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위메프, 코로나發 이커머스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까닭은?

위메프 10월8일 10주년...박은상 대표 휴직으로 위기감↑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올해 방문자 감소에 내홍까지
지난해 3700억원 유치하며 공격 경영 예고했으나 수장공백에 지지부진
하송 부사장 직무대행 맡아...“현재 경영 위기 매우 심각해”

 

[FETV=김윤섭 기자] 위메프가 즐거워야할 10주년을 앞두고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커머스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지만 위메프는 경영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치고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송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위기 대응에 나섰지만 지난 2분기 순방문자수가 티몬에게 역전되는 등 위메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유치한 3700억원의 투자금액을 통해 올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었던 위메프로서는 리더십 공백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메프가 서비스 개시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10년 국내 첫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현 티몬)가 2010년 5월 첫 딜을 선보였고 7월에는 쿠팡이, 10월에는 위메이크프라이스(현 위메프)가 소셜커머스 시장에 발을 들였다.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로의 성공적 전환을 이뤄내면서 10주년을 맞이했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최근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리며 쿠팡, 티몬, SSG닷컴, 마켓컬리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박은상 대표가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위메프만 숨고르기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은상 대표는 지난 2011년부터 위메프를 이끌어온 위메프의 얼굴이다. 소셜커머스업체 ‘슈거플레이스’를 창업, 오픈 4개월 만에 국내 25만개 온라인사이트 중 상위 0.1%에 오르는 성과를 거둔 뒤 2011년 허민 창업주가 영입하면서 위메프에 합류했다. 합류 후 위메프의 실적상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위메프를 소셜커머스에서 통신판매업과 통신판매중개업 모두를 하는 이커머스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위메프는 2019년 거래액 6조 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6년 연속 거래액 두자릿수 증가에 성공하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6년 전인 2013년 거래액 7000억원에서 9배 가까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다. 매출액도 2018년 4294억원보다 8.4% 늘어난 4653억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박 대표의 공백에 생각보다 길어지고 위메프의 실적도 뒷걸음질 치면서 하송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위기 대응에 나서게 됐다.

 

 

하송 직무대행은 대행을 맡은 직후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의 지표가 2017년 수준으로 퇴보했다” 면서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면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며 현재의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올해 2분기 이커머스 업체별 순방문자 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위메프는 1076만명으로 6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월간 평균 방문자 수가 120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 줄어든 수준으로 이커머스 3사 중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쿠팡은 1928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티몬은 1141만명으로 위메프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티몬의 경우 앱에 4주 연속 방문한 충성고객 비중이 44%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2위는 42%의 쿠팡이다.

 

티몬은 24시간 내내 특가 상품을 제공한다는 뜻의 '타임 커머스' 전략을 앞세워 올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1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첫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나섰다. 올해 연간 흑자까지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위메프가 두 업체에 비해 가지는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로켓배송, 티몬은 타임커머스를 앞세워 충성고객을 빠르게 확보해나가고 있는데 위메프는 충성고객을 확보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1월 유료멤버십 '특가클럽'을 론칭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특내달 6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생기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산업 노동조합 위메프 지회가 정식 출범했다. 위메프 지회는 △24시간 노동을 강요받는 불합리한 환경 △일방적인 복지제도 폐지 △ 잦은 부서이동 등을 문제로 거론했다.

 

위메프 노조는 설립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위메프는 치열한 업계 경쟁구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직원들에게 전가시켜 왔다"며 "촉박하고 계획성 없는 업무, 하루 24시간 메신저를 통해서 울리는 상사의 업무지시 등 쉴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의 이해와 합의 없이 복지제도들이 일방적으로 사라지는 경영방식은 조직원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없는 환경"이라면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외형성장에 집중한 결과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누적 적자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위메프는 2018년 연간 영업손실 39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757억원으로 적자 폭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8개의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총 12개의 자회사를 통해 신사업에도 나섰지만 자회사 중 뚜렷하게 사업적 성과를 거둔 곳은 없다. 오히려 적자 폭을 키우기만 하고 있다. 2018년 위메프 자회사는 1억4000여만원의 영업익을 올렸지만, 지난해는 영업손실 17억4900여만원을 내 적자로 전환됐다.

 

SNS를 통해 인기를 얻었던 요거트 브랜드 인벤터스는 해외 인기 요거트 브랜드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판매 중지를 선언했다

 

배달앱인 위메프오도 1년만에 거래액이 25배 신장하는 등 성장세는 빠르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매출 기여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위메프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더 필요하다며 길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대표이사 공석이 더 길어질 경우 위메프의 위기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 업체들이 자신들만의 색깔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메프만 방향성을 잃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37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하고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박 대표의 부재와 관련이 깊다. 투자받은 직후 외형 성장을 위해 MD 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채용 프로젝트는 현재 잠정 중단한 상태다.

 

 

위메프는 하 부사장 대행 체제에서 조직 개편과 신규 프로젝트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신사업도 잠정 보류한다. 소비심리 위축이나 코로나19 등 대내외 변수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본업인 이커머스 사업도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현재로서는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빈선반 프로젝트다. 좋은 가격, 좋은 상품 2가지 조건을 두루 만족한다는 뜻을 담은 위메프 사내 캠페인으로 새로운 우수 업체를 발굴해 상품을 늘리고, 가격은 낮춰 온라인몰 진열대의 '선반'을 다채롭게 채운다는 청사진이다.

 

이에 따라 위메프는 한 명의 MD가 파트너사 관리와 신규 업체 소싱 업무를 병행하던 기존 방식을 '투트랙'으로 전환, 두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신규영업 파트' 담당자는 위메프 신규 파트너사를 확보하는 업무를 전담한다. 위메프에서 부족한 상품을 찾아 입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 MD는 기존 위메프 파트너사의 가격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문관석 위메프 영업본부장은 "위메프는 가격 측면에서 상당한 우위에 있고 이를 경험한 고객의 재구매율도 압도적"이라며 "위메프의 좋은 가격에 좋은 상품을 더하면 반드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