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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아모레퍼시픽 서경배號 3년연속 실적부진 벗어날까?

아모레퍼시픽 2분기 영업이익 전년대비 70% 급감
LG생활건강 3각 포트폴리오 앞세워 최대 영업이익 달성
서경배 회장 급여 자진삭감, 상여금 반납하며 ‘와신상담’
아모레퍼시픽 디지털 강화·판매채널 다각화 승부수
올 상반기 부진에도 투자 총액 767억원으로 투자 증가

 

[FETV=김윤섭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은 뷰티업계의 대표적인 맞수로 꼽힌다. 때문에 매년 각 회사를 이끌고 있는 서경배 회장과 차석용 부회장의 대결구도에 업계의 많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이 뒷걸음치면서 서경배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줄곧 1위를 달리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3년 전 사드 여파 이후 3년 연속 부진을 이어가고 있고 LG생활건강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코로나19 사태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2분기 매출 1조1808억 원, 영업이익은 36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67%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매출이 1조55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52억 원으로 60% 줄었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면세점,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 비중이 높은 국내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 31% 쪼그라들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사업도 실적 악화에 한몫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사업 매출이 20% 감소했고, 북미와 유럽 사업 매출도 각각 36%, 38%씩 감소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4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코로나19 여파 및 채널 정예화 작업으로 면세,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감소했고 해외사업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분기 영업이익 3033억원을 달성하면서 역대 최고 2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005년 이후 61분기 연속 성장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도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점과 화장품 사업이 부진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중국 시장 회복세와 이른바 삼각 편대로 불리는 사업 포트폴리오 효과에 힘입어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상반기 전체로 봐도 매출액 3조 6795억원,영업이익 63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액이 소폭 감소했으나 코로나19가 뷰티업계에 미친 파급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적 방어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서경배 회장은 지난 2분기부터 보수를 자진삭감하면서 위기 극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3년전 급여로만 109억원을 수령하며 뷰티업계 연봉킹에 올랐던 당시와 상황이 많이 변한만큼 서 회장 본인부터 어려움을 나누고 실적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 상반기 8억16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억9800만원을 수령했다. 상반기 상여금도 없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 환경 극복을 위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기준급·능력금 50%를 자진 감액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어려움 극복울 위해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까지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각각 급여 50%·20%를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임직원들이 함께 실천할 새 행동 원칙인 'ABC(Asian Beauty Creator) 스피릿'을 선포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빠른 대응을 당부했다.

 

서 회장은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변화의 시기를 함께 이겨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행동 원칙은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누구와 함께 있던, 그룹 일원으로서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향점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행동이 되자"고 말했다.

 

ABC 스피릿은 ▲고객을 중심으로 행동한다(Customers first) ▲최초, 최고를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Be the first and the best) ▲열린 마음으로 협업한다(Collaborate with an open mind)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Respect differences) ▲스스로 당당하게 일한다(Act with integrity) 등이다.

 

또 대표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의 경영진을 교체하면서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이니스프리는 최근 생활용품 부문 데일리뷰티 부문장을 지낸 임혜영 아모레퍼시픽 전무를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 연말 대대적인 개편 없이 소폭의 조직 개편으로 안정을 택했지만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분위기 쇄신과 체질 개선을 통해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언택트 소비가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이커머스와 온라인 중심으로 경영전략도 바꾸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를 통해 인도 시장 온라인 채널에 진출했고, 최근엔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전략적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엔 네이버, 11번가와 손잡고 정기적으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에 대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는 등 온라인 고객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온라인 채널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마케팅 비용의 60%를 온라인 채널에 투입하고 있다.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의 마케팅·프로모션 행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온라인 패션 커머스 기업 무신사와 합자조합을 결성했다. 'AP&M 뷰티ᆞ패션 합자조합'을 결성해 뷰티와 패션뿐만 아니라 양사 사업과 관련 있는 리테일,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컨슈머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집중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신규 조인트 브랜드를 육성함으로써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AMOREPACIFIC과 마몽드 등 2개 브랜드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미국 아마존에 공식 입점했고 설화수는 지난 7월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반기에는 인도 주요 도시에도 추가로 입점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서 회장의 빠른 대응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채널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경영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는 점과 디지털 채널에서 고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면서 “채널·브랜드 구조조정을 잘 진행한다면, 코로나19 완화 시점에 큰 폭의 레버리지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뷰티기업으로 성장시킨 서경배 회장이 하반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