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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뷰] '소통 전도사' 권광석 우리은행장, 위기 탈출 선봉에 서다

 

[FETV=유길연 기자] ‘소통의 달인’ 권광석 행장이 우리은행의 재도약을 위해 전진하고 있다.

 

대규모 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악화된 대·내외 관계를 회복하고 활발한 소통에 바탕에 둔 조직문화를 구축해 우리은행을 위기에서 구해내겠다는 전략이다. 

 

● ‘가슴이 따뜻한 남자’...은행 민영화 ‘주역’ 활약 

 

권광석 행장은 1963년 울산 출생으로 학성고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이 후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수료했다. 대학 졸업 후 1988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은행에서 국내·해외영업점을 두루 거치며 영업을 주로 담당했다. 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실 부장을 맡은 후 2008년 우리아메리카은행 워싱턴 영업본부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에는 우리은행 아크로비스타지점장을 맡았고 1년 후인 2012년 우리은행 무역센터금융센터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4년에는 우리은행 홍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행장의 소통 능력은 이 당시에 특히 빛난 것으로 전해진다. 권 행장은 한 번 만난 사람의 얼굴은 반드시 기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를 통해 그는 조직 내·외 인물들과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이 동고동락한 후배들로 사이에서 ‘제일 가슴이 따뜻한 선배’로 통했다. 

 

우리은행의 대내·외 소통 채널을 잘 구축한 공을 인정받아 2016년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상무)로 승진했다. 권 행장은 이 자리에서 특기인 소통 능력을 발휘해 우리은행 민영화에 기여했다. 우리은행은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 기업설명회(IR) 업무와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대외협력단을 신설하고 권 행장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권 행장은 IR행사를 주도하면서 우리은행의 투자가치를 알리는데 전력을 다했다. 이 때 권 행장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권 행장은 당시 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있던 손 회장과 함께 해외기업 설명회를 수 차례 진행했다. 10개 나라에서 50여 곳의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노력 끝에 우리은행은 2016년 11월 13일,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 '자본시장'서 입증한 능력

 

권 행장은 '자본시장'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2017년 2월부터 우리은행 투자금융(IB)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이 때 그는 아주캐피탈 지분 인수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6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아주캐피탈 지분 74%를 인수했다. 우리은행은 당시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해 이 사모펀드에 1025억원을 투자했다. 또 나머지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확보했다. 

 

아주캐피탈은 우리은행이 지분을 인수한 후 후성장가도를 달렸다. 자산은 업계 최대 규모인 5조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주가도 인수 당시 7000원대에서 올해 2월 1만3800원 선까지 오른바 있다. 이에 최근까지 우리금융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인수에 성공하면 약 1000억원의 일회성 이익을 포함해 비은행부문 강화까지 우리금융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권 행장은 2017년 12월 우리 프라이빗에커티(PE) 대표에 깜짝 발탁됐다. 2018년 3월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직에 올랐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투자·운용 부문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셈이다. 특히 새마을공제사업 대표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50조원대 달하는 자산 운용을 맡는다.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CIO)에 해당하는 자리다.

 

권 행장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직을 맡으면서 MG손해보험 경영 정상화에 큰 기여를 했다. 당시 MG손보는 사실상 대주주인 새마을금고가 4000억원 넘게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상태는 악화된 상태였다. 2018년 5월에는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가 90% 밑으로 떨어지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았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투자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 권 행장으로 전해진다. 권 행장은 작년 MG손보에 대한 새마을금고의 300억원 추가 출자를 확정지었다. 운용사도 자베즈파트너스에서 JC파트너스로 바꾸며 경영진 교체도 예고했다. 특히 우리은행에서 IB그룹장을 맡은 경력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으로부터 200억원의 신규 투자와 함께 1100억원의 리파이낸싱 자금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 우리은행장에 깜짝 발탁...'소통'으로 위기 돌파한다 

 

권 행장은 올해 2월에 우리은행장에 전격 내정됐다. 차기 행장을 놓고 권 행장과 김정기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등 총 3명이 경쟁을 벌였다. 당시 은행권에서는 김 부사장이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 부사장은 손 회장의 사람이라는 평가가 알려지면서 이러한 예상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권 행장이 선임됐다. 금융권은 권 행장의 선임 이유로 당시 우리금융의 처한 상황에 주목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금융은 DLF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하락했다. 손 회장은 이에 대한 책임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또 DLF 사태는 은행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트렸다. 올해 초부터는 우리은행이 대규모 환매연기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주요 판매처로 이름을 올리면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처럼 대·내외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우리금융은 풍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춘 권 행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권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본격적인 소통행보를 보였다. 지난 4월 권 행장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전 직원들을 위해 아이스크림 쿠폰을 전달하며 사기 진작에 나섰다. 6월에는 시중은행 최초로 전면 복장 자율화를 시행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직원들의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말 부터는 우리은행 지역 거점을 직접 방문하는 ‘현장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각 지역을 돌며 소속장을 통해 격려메시지와 올 하반기 주요 영업방향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권 행장은 손 회장과 함께 지난 5월 본사 인근에 위치한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대외 소통 활동에도 앞장섰다. 그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대문 시장 상인들을 찾아가 의견을 들었다. 이후 그룹 방침에 따라 직원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총 100억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 등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착한소비 운동에 동참했다. 

 

●고객 신뢰 회복, 치열해지는 은행 간 경쟁 속 해법 마련이 과제 


현재 우리은행은 소비자 신뢰 하락과 함께 실적 악화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67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과 함께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손실을 반영한 결과다. 2월에 취임한 권 행장은 손 써볼 겨를도 없이 우리은행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이에 하반기 동안 우리은행이 고객 신뢰와 실적 회복 모두 회복하는 것 여부에 따라 권 행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질 전망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DLF 피해자 보상을 진행하고 있고 라임 펀드 투자금에 대한 선지급 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를 잘 마무리 짓는 것이 소비자 신뢰 회복에 있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또 국내외 모두 시중은행들 간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도 권 행장의 몫이다.  

 

마침 권 행장은 하반기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본격적인 ‘권광석 표’ 경영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19와 같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애자일 조직 체계를 도입했다. ‘증권운용부’를 6년만에 부활시켜 트레이딩 부문 경쟁력 향상도 꾀했다. 또 금융상품 검증을 강화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산관리그룹내 ‘투자상품전략단’을 신설했다. 지난달 말에는 그간 침묵을 깨고 베트남, 캄보디아 법인에 총 28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향상도 꾀했다. 

 

권 행장은 역대 우리은행장 가운데 가장 짧은 1년의 임기를 보장 받았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권 행장 선임 당시 지주사 재출범 이후 회장-행장 직이 처음 분리된 상황에서 그의 경력능력을 평가한 후 2년 임기를 추가로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반 년, 권 행장의 '소통 경영'이 어떤 결과를 낼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