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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CEO 리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글로벌 '초격차' 선봉에 서다

[FETV=김현호 기자]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1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사령관이다. 김 부회장에겐 항상 '최연소'라는 꼬리표가 훈장처럼 따라 붙었다. 40여년 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최연소’ 타이틀을 연달아 달았고 반도체 사업부문의 최정예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항상 '최연소'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미래형 핵심 전략인 글로벌 초격차 기술의 선봉장이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삼성전자를 위해 헌신해온 그는 현재 사실상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보필하며 삼성의 새로운 날개를 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평생을 반도체 사업에 ‘올인’한 김기남 부회장은 2년 전,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에 이은 차기 회장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영광 이면에는 ‘직업병’ 문제로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해 ‘죽음의 사업장’을 조성했다는 비판도 나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발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몸담으며 40년간 반도체에 ‘울고 반도체에 웃다’=김기남 부회장은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기술팀에 입사해 팀장, 수석연구원을 거쳐 1997년 최연소 이사대우를 달았다. 2010년에도 최연소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전자종합기술원장을 역임했고 2년 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10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으로 선임되며 1년 만에 실적을 대폭 끌어올리는 ‘마법’을 부렸다. 2018년 DS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3% 상승한 46조5164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미국 인텔을 제치고 2년 연속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을 사수했다.

 

삼성전자는 크게 가전제품 사업인 CE부문, 스마트폰 모바일 IM과 DS부문으로 사업 영역이 나뉘어져 있는데 당시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전체 사업 중 무려 79%에 달했다.

 

하지만 1년 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어닝쇼크’가 발생해 김 부회장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2019년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0조4008억원, 27조768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53%가 감소했다. 특히 DS부문의 반도체 매출은 64조9391억원, 영업이익은 14조163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25%, 69% 추락했다. 당시 반도체는 전체 사업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삼성전자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133조원 투자하는 삼성전자 최전선에서 지휘봉 잡은 야전사령관=삼성은 세대교체를 위해 암묵적인 ‘60세 퇴진룰’이 있다. 1958년생인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 62살로 이미 퇴진 기한을 넘어섰다. 하지만 백전 노장(老將)임에도 불구하고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삼성전자의 ‘뉴삼성’ 목표 달성을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양대 산맥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앞세워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기준, 44.1%에 달했고 디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3.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이 과거, 삼성전자 메모리개발실과 반도체연구소에서 D램 연구를 담당하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1위 ‘깃발’을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삼성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를 위해 NPU(신경망처리장치) 인력을 2000명으로 늘리고 고용 인원도 1만5000명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또 2030년까지 연구개발 73조원, 생산시설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규모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3분의 2를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앞으로 평균 4.8% 성장해 시장가치는 2022년, 3747억 달러(약 42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는 0.8% 성장해 1709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는 데이터를 직접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다른 개념을 말한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에 핵심이 되는 사업으로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계산하거나 해석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는 ‘선(先)생산, 후(後)판매’ 방식이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수요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공급과잉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다.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삼성전자의 목표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경쟁사들의 독점적 지위를 허물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미국 인텔, 퀄컴, 엔비디아는 각각 ‘CPU’와 ‘모바일 디바이스 AP’, ‘그래픽처리장치’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 소니와 대만 TSMC도 각각 ‘이미지센서’와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며 ‘기초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 2017년, 설계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와 위탁생산 전담부서인 파운드리 사업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또 삼성전자가 100조원의 현금 실탄을 확보한 만큼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서 김 부회장도 지난해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 딛고 화합으로 마무리=삼성반도체 기흥 공장에 2003년 입사해 1년8개월 동안 근무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골수 백혈병에 걸려 22살의 나이로 2007년 사망했다. 유족 측은 황씨와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도 백혈병에 걸리는 등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며 백혈병의 이유는 반도체 화학물질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반도체 공정방식 중에는 근로자가 손으로 작업하는 ‘식각’이 있었다. 식각이란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필요 부문만 남겨 놓고 부식시키는 용어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800여 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는 2007년 11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을 위해 반올림(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을 출범시켰고 2011년 법원을 통해 산업재해를 처음으로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영업기밀을 이유로 법원이 요구한 자료제출을 거부하다 2014년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며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이후 각종 잡음 끝에 2018년 11월, 김기남 부회장은 “소중한 동료와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 받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고 조속히 해결을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며 공식 사과를 끝으로 11년 동안의 분쟁을 마무리 지었다.

 

김기남 부회장은 2003년, 삼성의 핵심 기술 인력에게 수여하는 ‘삼성펠로’에 선임되는 등 최고의 기술전문가로 통한다. 세계에서도 반도체 기술향상 공로를 인정받고 있는 그는 한국인 최초로 2016년 플래시 메모리 기술관련 FMS 평생공로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반도체의 연구·혁신 허브로 평가 받는 아이멕 평생혁신상까지 수여 받았다. 지난해에는 경제전문지 ‘CEO월드’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CEO(최고경영자) 중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당시 김기남 부회장은 “2020년을 재도약 발판의 원년으로 삼아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 속에 삼성전자는 2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23.5%가 증가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도체 부문은 같은 기간 대비 무려 59.7%가 올랐다. 총수의 경영불확실성 속에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김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도약을 다시 한 번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프로필

▲1958년 강릉 출생 ▲강릉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전자공학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전자공학 석사 ▲UCLA 대학원 전자공학 박사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기술팀 입사 ▲2002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 팀장 ▲2007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 실장 ▲2009년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 소장,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사장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2014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2017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2018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DS부문장·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