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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뷰] '오직 실력' 진옥동 신한은행장, '리딩뱅크' 탈환 앞으로

 

 

[FETV=유길연 기자]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해온 ‘고졸신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리딩뱅크’ 타이틀 재탈환을 위한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 ‘디지털·글로벌’ 양 날개로 실적 1위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연기 사태로 하락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진 행장의 임기 전반을 평가하는데 있어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 일본에서 인정받은 실력...‘글로벌 전문가’ 

 

진 행장은 1961년 생으로 서울 덕수상업고등학교(현재 덕수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인력개발실, 고객지원부, 종합기획부 등을 거쳐 1997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했다. 이 당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2002년 다시 한국으로 건너와 여신심사부 부부장 겸 심사역, 자금부 팀장을 맡았다. 

 

2008년에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지점장을 역임하면서 ‘일본 전문가’로서의 굵직한 경력을 남겼다. 오사카지점장 시절 당시 신한은행은 일본 법인인 SBJ은행 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진 행장은 이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하면서 SBJ은행 출범의 주역으로 평가 받았다. 이 때의 공으로 진 행장은 SH캐피탈 사장을 거쳐 2014년에는 신한은행 일본 법인인 SBJ은행 부사장에 올랐다. 2년이 지난 뒤에는 SBJ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진 행장은 SBJ은행 수장으로 진두지휘 하며 법인 실적을 끌어올렸다. SBJ은행의 영업이익은 진옥동이 법인장을 맡기 전인 2014년 243억 원에서 진옥동이 물러난 2016년에는 714억 원으로 3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진 행장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에서 일하면서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창업주인 이희건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도 가까이에서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지주는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에서 출발한 금융지주사다. 당시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재일교포를 주축으로 한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졌다. 지금도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금융지주 지분의 17%~2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 거침없는 승진 행보...조용병 회장의 두터운 신임

 

일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진 행장은 이후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2017년 1월 다시 한국으로 와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그룹장을 맡았다. 그러더니 두 달 뒤에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 올랐다. 대개 신한은행 부행장은 부행장보를 거친 뒤에 맡는다. 하지만 진 행장은 부행장보를 거치지 않은 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까지 곧장 내달린 것이다. 

 

진 행장의 고속 승진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조 회장은 신한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2017년 1월 그룹 지휘봉을 잡았다. 신한사태란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측과 신 사장 사이에 경영권 대립을 일으킨 사건이다. 조 회장은 당시 두 진영 속에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 인사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회장으로 내정된 그에게 주어진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는 재일교포 주주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일본 전문가로 통하는 진 행장을 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 행장은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역임 당시 조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의 연결다리 역할을 맡았다. 이에 그는 조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던 중 2018년 12월에 진 행장은 신한은행장으로 깜짝 내정된다. 당시 신한은행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아직 3개월 남은 상황이었다. 특히 위 행장은 임기 시절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서울시금고 유치 등 큰 성과를 냈던 터라 업계의 충격은 더욱 컸다. 이에 위 전 행장은 인사 직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위 전 행장은 2015년 신한은행장, 2017년 신한금융 회장 선임 당시 조 회장과 경쟁을 한 관계다. 또 위 전 행장은 신한사태의 한 세력이었던 라 전 회장의 라인으로 평가됐다. 이에 조 회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라이벌 관계였던 위 전 행장을 정리하고 진 행장을 내정했다는 것이 주된 해석이다. 

 

 

● 전임자의 그림자 지워버린 ‘최대 실적’...디지털·글로벌 ‘양 날개’

 

전임자의 그림자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진 행장이지만, 현재까지 임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진 행장은 작년 3월 취임사를 통해 고객 중심’, ‘디지털·글로벌’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신한은행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2조32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율·NIM)이 0.08%포인트 하락했지만 원화대출금이 전년 말 대비 7.4% 성장하면서 이자이익이 5.1%(2857억원) 늘었다. 올해 1분기도 작년 동기 대비 1.4%늘어난 6265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면서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진 행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신한은행은 네이버와 손잡고 인공지능(AI)기반 금융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특히 올해 초에는 조 회장이 추진한 신한금융 ‘디지털 후견인’ 제도 아래 진 행장이 그룹 AI 부문을 맡게 됐다. 이에 신한은행은 최근 국내 금융권 최초의 AI 학습플랫폼인 'SACP(Shinhan AI Core Platform)'를 기반으로 은행업무 전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데이터 경제에서도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 4월 은행권 최초로 금융당국의 빅데이터 부수업무 신고를 거쳐 데이터 자문 및 판매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최근 문을 연 데이터 거래소에 2500만명의 고객과 월 3억건의 거래정보를 활용한 지역단위 소득 및 지출, 금융자산 데이터를 등재해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진 행장의 ‘전공 영역’인 글로벌 부문도 고공성장 중이다. 작년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2379억원으로 작년 대비 2%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작성했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해외법인 1위 자리도 굳건히 지켰다. 2위인 우리은행(1153억원)의 격차도 두 배가 넘었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이 국내은행 해외법인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이 넘는 순익(1243억원)을 거뒀다. 일본 법인인 SBJ은행도 100억원 가량 순익이 늘었다.  올해는 조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주도한 '신한금융-하나금융 글로벌 사업 협력 업무협약'에 따라 하나은행과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라임펀드 관련 ‘고객 신뢰 회복하라’

 

승승장구하던 진 행장은 올 초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신한은행은 환매연기된 라임펀드를 개인투자자에게 총 1697억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금융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투자자들은 신한은행을 상대로 항의했으며 지난 2일에는 신한은행을 상대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라임 사태로 추락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진 행장이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있어 최우선 과제란 평가다. 특히 진 행장은 작년 취임사에서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지 말라"며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고객 신뢰 회복은 결국 진 행장의 경영 철학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인 것이다. 

 

또 라임 사태로 인해 신한은행의 비이자부문 경쟁력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비이자부문의 핵심 영역인 ‘자산관리(WM)’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1분기 신탁수수료수익은 작년 동기 대비 10% 줄면서 우려를 키웠다. 특히 각종 사모펀드 사태를 빗겨간 국민은행의 신탁수수료수익은 같은 기간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리딩뱅크 경쟁에서 국민은행을 꺾기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증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러한 결과는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진 행장이 연임을 위해서는 결국 실적으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해 순익 1위는 국민은행이 차지했다. 올해 1분기는 국민은행을 앞섰지만 아직 1위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약점으로 지적되던 글로벌 부문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리딩뱅크 수성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진 행장이 지금껏 보여줬던 실력으로 라임 사태를 잘 마무리 짓고 비이자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진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 프로필

 

▲1961년 출생 ▲1981년 덕수상고 졸업 ▲1993년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중앙대 경영학 석사 ▲1980년 기업은행 입행 ▲1986년 신한은행 입행 ▲1997년 오사카지점 차장 ▲2008년 오사카지점장 ▲2011년 SH캐피탈 사장 ▲2015년 SBJ은행 법인장 ▲2017년 신한은행 부행장(경영지원그룹장) ▲2017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8년 12월 신한은행장 내정 ▲ 2019년 3월 신한은행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