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발걸음이 요즘 부쩍 바빠졌다. 재계 ‘빅3’ 총수와 잇따라 회동하는 등 최근 행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상 첫 단독회동을 갖은데 이어 22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난다.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도 예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불과 한두 달 만에 재계 총수들과 연이어 회동을 하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판 역할을 할 전기차 ‘배터리’ 때문이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의선 LG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626/art_15927905855878_0bc8b0.png)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공개한 ‘전기자동차 전망 2020’에 따르면 2040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승용차의 절반 이상은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2030년 8%에 불과한 전기차 비중은 10년 후 31%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BNEF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유럽과 중국의 갈수록 엄격해지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전기차 출시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일반화되고 있는 전기차중 배터리 전기차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를 현대차의 미래로 지목한 이유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그룹의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빅3’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시사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전기차 전용 모델 11개를 포함한 전동화 차량(전기·하이브리드차) 4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어 생산량은 2025년에 56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총수들과 연이은 회동을 하는 이유도 배터리와 관련된 논의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3사중 하나인 삼성SDI와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LG화학, SK이노베이션과는 합작사 설립을 주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삼성SDI 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과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시키려는 자동차업계의 차세대 사업으로 분류된다. 울산과학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에 인화성 액체가 없어 안전하고 얇게 만들어서 구부릴 수 있다. 또 몇 분이면 충전이 가능하고 크기도 절반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다. 앞서 삼성종합기술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를 이용하면 1회 충전으로 전기차가 800km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유력한 합작사 설립 파트너로 분류된다.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없으려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이 필수적인데 배터리 대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르면 2024년에 배터리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규제로 인해 차(車) 업계가 전기차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 영국 재규어가 배터리 물량 부족으로 생산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배터리 합작사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LG화학은 중국 지리자동차와 미국 GM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중국 궈쉬안 하이테크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고 지난 2019년 스웨덴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배터리 3사 입장에도 현대차그룹은 놓칠 수 없는 사업파트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4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점유율은 전년 대비 5계단 높은 세계 3위까지 뛰어올랐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배터리 사업의 가치는 2025년, 1670억 달러(약 202조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2018년 390억 달러(약 47조3500억원) 대비 4배 이상 치솟는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이날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회동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자동차 배터리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오창 공장은 배터리의 핵심 생산기술의 허브기지로 한국 수주 물량 대응과 전체적인 물량 조절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구광모 회장과의 회동을 마친 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SK이노테이션과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협력 방안에 대한 가능성을 타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구광모 최태원으로 이어지는 정 수석부회장의 재계 빅3 총수 연쇄회동이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시장 선점 전략의 실질적 신호탄이란 게 현대자동차그룹 안팎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