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총괄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업 옥죄기’라는 명목(?)으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177석의 ‘공룡 여당’이 탄생하면서 어느 때보다 입법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총괄 부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624/art_15919230148279_e7fc51.jpg?iqs=0.24311782028167594)
공정위가 10일,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는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대기업 총수들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분 규제 범위는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다. 공정위는 이를 상장·비상장 구분하지 않고 20%로 일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은 210곳에서 591곳으로 늘어나게 되며 이중 현대글로비스도 포함된다.
정의선 수석총괄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23.29%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그룹 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현대차그룹이 추진할 예정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핵심이 되는 기업이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그룹에 미치는 정 부회장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려면 지분 이외에 5조원 이상의 자산과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 내부거래 비중은 12% 이상이 돼야 한다.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21.2%다. 사측이 지난해 공시한 유동자산도 5조원이 넘어 공정위의 유력한 규제 대상 기업으로 꼽힌다.
공정거래법이 강화될 경우 정 수석총괄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팔거나 내부거래를 다원화해야하는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기업의 거래구조를 임의적으로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업계는 결국 정 수석총괄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분율이 떨어지게 될 경우 정 수석총괄 부회장의 승계 작업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현대차는 국내 5대 그룹중 유일하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정 수석총괄 부회장은 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의 지분이 각각 0.32%, 2.62%, 1.74%에 불과해 그룹의 지배력이 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올해 다시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를 핵심 부품·투자사업, 모듈·AS부품사업 부문으로 분할해 핵심 부품·투자사업을 영위하는 모비스를 존속 회사로 세우고 모듈·AS부품사업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주요 골자다. 또 현대글로비스를 지주회사로 올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정 수석총괄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 수석총괄 부회장이 그룹 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강화 방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을 팔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성공적으로 바뀌더라도 정 부회장의 지배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