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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클로즈업]이재용 '불법승계' 주홍글씨 벗고 '뉴삼성' 가속도

法, 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실질심사…“이 부회장, 승계 의혹 혐의 부족”
검찰, 150장의 영장 청구서와 수사기록만 20만장 제출했지만…1년7개월 수사 ‘허탕’
정의선과 만나고 코로나 뚫고 글로벌 경영 이어온 이 부회장, 삼성에 ‘날개’ 달아줄까?

 

[FETV=김현호 기자] 검찰이 ‘영장 청구서 150장’, ‘수사기록 20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8시간30분이라는 사상 초유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에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18개월 동안 이어진 검찰수사는 ‘승계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 부회장의 구속과 결국 연결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불법 승계’의 핵심 사안으로 지목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등을 이 부회장과 직접적인 연결점을 찾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발부가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 검찰이 삼성의 ‘경영 위축’ 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2년4개월여 만에 구속 위기를 벗어난 이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뉴삼성’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뉴삼성 프로젝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합병과 분식회계…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한 ‘불법 승계’ 의혹

 

이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로 승계를 위해서는 제일모직의 가치가 컸어야 했다. 합병은 제일모직 1주가 삼성물산에 3배 가치가 있는 0.35:1 비율로 마무리됐으며 삼성물산의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았던 이 부회장은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개편됐고 이 부회장은 0.70%의 지분만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총수가 됐다.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고 의심했다. 삼성물산은 합병 발표일인 2015년 5월 이전까지 아파트를 300여 가구만 공급했고 합병이 결정된 7월 이후, 서울에서만 1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합병 발표 전 수주한 2조원 규모의 카타르 화력발전소 수주도 뒤늦게 공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 부회장이 합병을 위해 직접지시하거나 보고 받았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합병 문제는 법원의 문턱을 세 번이나 넘지 못했다. 삼성물산 옛 주주였던 일성신약은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2017년 10월, "삼성물산 합병이 총수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서 부당한 합병이라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또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부도 ”경영권 승계 목표를 위해 개별현안이 추진돼 왔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회계사기’ 의혹까지 나온 삼바 분식회계…檢, 신병확보 한 차례도 못해

 

검찰이 승계 의혹에 또 다른 핵심 사안으로 분류한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도 합병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바가 회사의 가치를 ‘뻥튀기’ 했다고 의심했다. 삼바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면 삼바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어 이를 합병 전까지 숨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도 이 부회장과 직접적으로 연관시켜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구속영장에 명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부회장과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구속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지난해 김태한 삼배 대표 등 관계자들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의 문턱을 또 다시 넘지 못했다.

 

 

◆‘불법 승계’ 딱지 땐 이재용 부회장, ‘뉴삼성’ 위해 혁신 박차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 위축으로 지난해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Device Solutions)부문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9.4%, 66.5%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도 선방했지만 미중간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쟁사들의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무한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 부회장이 대규모 투자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석방된 이후 AI, 바이오, 반도체, 이동통신 등 4대 성장사업에 18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2월에도 ‘반도체 2030’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 화성 EUV 파운드리에 7조4000억원, 평택 EUV 파운드리에 10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첫 도약을 준비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협력사업 발표도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수석총괄 부회장과 지난달, 전고체 배터리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단독 회동을 했다.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을 통해 자동차 배터리를 공급 받는다. 당시 두 총수의 만남으로 현대차가 삼성SDI와 사업 파트너 체결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배터리 사업의 가치는 2025년, 167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2022년부터 시장가치가 꺾여 1500억 달러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삼성종합기술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장착하면 1회 충전으로 800km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경영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삼성과 검찰의 싸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진영 연세대학교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신사업 투자와 지배구조 개선 등 뉴삼성에 주력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사법 리스크 지속으로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